[단독]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전문위원 28명 명단 공개

"인선 과정 깜깜이" "회전문 인사" "업계 관계자 포함"

인간 배아, 빅 데이터, 유전자 검사 등 생명 윤리와 안전 정책 등을 심의하는 국가 최고 심의 기구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5기 전문위원회 구성이 최근 완료됐다. 28명의 전문위원과 보건복지부가 생산 조율한 안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에 상정되어 심의되는 식이라서 이들의 면면이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명단이 공개되기 전부터 업계 관계자 등 이해 당사자가 포함되는 등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없고, 과거 전문위원의 회전문 인사라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는 생명윤리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심의 전문성을 지원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생명 윤리·안전 정책, 배아, 인체 유래물, 유전자, 연구 대상자 보호 총 5개의 전문위원회가 마련돼 있으며, 분야별로 과학·의료계, 법·윤리계 전문가 5~6명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서 전문위원회가 분야별로 심도 있게 심의해서 내용을 생산하고, 이를 국가생명윤리심의위가 승인하는 구조다. 하지만 ‘코메디닷컴’이 지난 9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5기 전문위원회 명단을 입수해 1기부터 4기까지의 명단과 비교 분석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우선 전문위원 인선 기준이 모호하다.

5기 전문위원 명단과 과거 1기~4기 명단을 분석해 보면, 5기 전문위원 가운데 여러 인사가 과거 전문 위원 활동 때와는 다른 분야에 선임됐다. 회전문 인사다. 4기 때 배아 전문가로 활동했던 위원이 5기에 인체 유래물 전문가로 선임된 식. 심지어 과거 윤리계 입장에서 정책의 윤리적 문제를 짚어주던 위원이 5기엔 과학계 위원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과거 1~4기 때도 그대로 반복됐다. 국내 생명 윤리 전문가 풀이 적은 걸 감안하더라도 이런 문제가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생명 윤리계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 맞춤한 전문가를 찾은 것이 아니라 복지부와 협조가 잘 되는 인사를 정하고 나서 적당한 분야에 배정한 것이라고 볼 만한 대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심의 정책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업계 관계자가 전문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에서 심의하는 정책은 바이오 업체의 연구 개발 및 사업과도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 5기 전문위원 가운데 관련 정책과 직결되는 업계 관계자 2명, 간접적으로 연결된 관계자 1명이 포함됐다.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생명 과학·의과학·사회과학 분야의 전문 지식과 연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전문위원으로 선임하게 되어 있다.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계 교수도 “생명 공학 정책의 공익성과 타당성을 심의하는 정부 기구인 만큼 이해 당사자가 전문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산업계의 의견이 필요할 경우 관련 인사를 초청해 의견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5기 전문위원회가 과거 위원회의 돌려막기 형태로 구성되고, 인선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전문위원 인선 과정에 정작 최근 위촉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위원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국가생명윤리심의위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사실상 형식적인 ‘거수기’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지적을 놓고서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과학 기술 단체, 의료계 등의 추천을 받아 주변 의견과 협의체 등의 경험을 토대로 전문위원을 구성했다”라며 전문성을 중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법학·윤리계는 꼭 전문적인 영역을 다룬다기보다 전반적으로 보기 때문에 분야를 옮기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윤리계에서 과학계로 옮겨간 인사에 대해선 “과거 윤리계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다만 전공 등 활동 경력을 봤을 때 과학계가 적합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 등 이해 당사자의 전문위원 선임에 대해서 복지부 관계자는 “산업계의 의견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전문위원으로 선임한 것”이라며 “과거 위원회에서도 이해 당사자가 포함된 적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만약 심의나 표결에서 문제 될 소지가 있다면 표결에선 이해 당사자를 제외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코메디닷컴’이 입수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전문위원 28명 명단.

<생명윤리·안전정책 전문위원회>

과학·의료계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병리학과 교수

▲김연수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분자유전학 교수

법·윤리계

▲김옥주 서울대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교수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김장한 울산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 교수

<배아 전문위원회>

과학·의료계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줄기세포교실 교수

▲김장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장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법·윤리계

▲홍석영 경상대 윤리교육과 교수

▲김수정 가톨릭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 교수

<인체 유래물 전문위원회>

과학·의료계

▲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장인진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

▲송상용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

▲조제열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법·윤리계

▲최경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만성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전자 전문위원회>

과학·의료계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조은희 조선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교수

▲김형범 연세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김경철 테라젠이텍스 부사장

법·윤리계

▲김나경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김재선 한경대 법학과 교수

<연구대상자보호 전문위원회>

과학·의료계

▲유소영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보호센터 교수

▲이경 동국대 약학과 교수

법·윤리계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이원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인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최병인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생명윤리학 교수

[사진=paulista/shutterstock]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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