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법 재개정으로 사회가 보살펴야”

지난 9일 경북 영양에서 조현병 환자에 의해 경찰관이 순직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의료계가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 확산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

대한조현병학회는 12일 영양군 경찰 살인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순직한 경찰관에게 진심 어린 명복을 빌며 피해자 가족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강남역 살인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훈련받고 무장한 경찰관마저 중증의 정신질환자에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함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학회는 이번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에 가해 행동이 조현병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과거 조현병 입원 병력, 병적 상태로 추정되는 시점에 살인을 저지른 경력, 최근 정신 병원을 퇴원한 후 치료를 거부하고 있던 사실 등이 파악된다”고 전했다.

학회는 “일련의 조현병 환자들의 살인 및 폭력 사건 연루와 이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통해 조현병 환우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가혹하게 확산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학회는 “조현병 증상 중 환청, 망상, 기괴한 행동이 있기는 하나 공격성은 일부 급성기 환자에게만 나타나는 특성”이라며 “범죄와 연관된 폭력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 수도 일반 인구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극히 일부에게서 나타나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적 행동을 ‘치료와 보살핌’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학회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적 행동은 치료를 받지 않거나 알코올, 마약 등의 남용, 무직 상태, 폭력 사건 노출 또는 피해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부족한 사회적 인프라 속에서 정신 의료 기관이 최저의 치료와 보살핌을 제공하고 있었으나 2017년 5월 시행된 정신보건복지법 개정안에 의해 입원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마저 요건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는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정신보건복지법 개정안의 퇴원 기준이 증상 호전보다 타해 위험성 감소에만 방점이 맞춰져 연속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현행법상 “퇴원 이후 치료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환자도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지역 사회의 정신 보건 유관 기관으로 연계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조현병의 특성상 젊은 시기에 발병해 만성화되면 평생에 걸쳐 질환에 압도돼 살아가야”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법안은 개인, 가족, 지역 사회가 치료를 모두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했다.

학회는 “현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에 자살, 치매 등 정신 건강 개선을 위한 과제가 포함되어 있으나 조현병을 포함한 중증 정신 질환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대책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치료와 보살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국가가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과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사진=sfam_photo/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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