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간호사 처우 개선 위한 첫 수 뒀다

보건복지부가 병원 간호사의 ‘태움’ 문제, 간호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지난 20일 간호사가 일하기 좋은 병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간호사 근무 환경 및 처우 대선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간호사의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을 국정 과제로 선정하고 이에 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호 서비스에는 보상, ‘태움’에는 처벌

복지부는 오는 4월부터 간호 관리료의 지급 방식을 개선해 의료 기관의 늘어난 수입을 간호사 근무 환경 개선 등에 사용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간호 관리료의 간호사 인력 산정 기준을 기존 ‘병상 수 대비 간호사 수’에서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수’로 바꾸어 병원이 더 많은 보험 수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의료 기관 권고안을 통해 늘어난 수익의 70% 이상을 정규직 전환, 추가 채용 등 간호사 직접 인건비와 처우 개선을 위한 간접비에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이행 사항을 분기별로 감독하겠다고 했다.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의 특성을 고려해 야간 근무에 대한 건강 보험 수가가 신설된다. 복지부는 “구체적인 지급 규모, 지원 기준 및 방법 등을 설계해 2019년부터 ‘입원 병동 야간 간호 관리료’ 지급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다만 “의료 기관이 야간 전담 간호사에 대한 수가를 지원 받기 위해서는 간호사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반드시 추가 간호사 채용이 전제되도록 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에 대한 처분 규정도 마련된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인권 침해 금지 규정 신설, 규정 위반 시 면허 정지 등 제재를 위한 처분 근거를 만들겠다고 했다.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신규 간호사 교육·관리 지침, 출산·육아기 간호사 보호 지원이 강화된다. 복지부는 “신규 간호사의 의료 현장 적응을 돕고 임상 활동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 전담 간호사를 배치하고 일명 ‘간호 인턴제’를 시행해 3개월 이상의 신규 간호사 교육 기간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또 “건강보험공단의 임신·출산 정보를 연계해 출산 휴가, 육아 휴직 사용률이 미진한 사업장에 대한 지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간호사, 면허는 있지만 의료 기관 근무 꺼려

복지부는 이번 정책의 추진 목표를 “의료 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수를 늘려 적정 간호 인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삼았다.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8년 24만6838명이던 간호사 면허자 수는 2017년 37만4990명을 기록했다. 간호 대학 입학 정원은 지난 10년간 약 8000명이 증원됐으며, 매년 약 1만6000명의 신규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문제는 의료 기관에 활동하는 간호사 수다. 간호사 면허자 가운데 의료 기관에 활동하는 인원은 2017년 18만6000명으로, 전체 면허 소지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이들이 교직원, 민간 기업 등 비의료 기관에서 일하는 전체 직업 활동률은 2016년 66% 수준으로 전문대졸 이상 여성 평균 취업률 62.7%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의 평균 근무 연수는 5.4년,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은 33.9%로 나타나 의료 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사 중에서도 숙련된 장기 근속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발표한 ‘2011~2016년 보건의료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간호사의 주요 이직 사유는 ‘열악한 근무 환경·노동 강도'(38.9%), ‘낮은 보수'(26.8%)였다.

복지부는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 완화를 위해서는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 등을 통해 경력 단절을 막고 장기 근속을 유도해야 한다”며 “개선 정책을 통해 간호 인력의 의료 기관 활동률을 2017년 49.6%에서 2022년 54.6%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병원 현실 반영해야”

보건의료노조는 20일 복지부의 개선 대책에 대해 “간호 인력 문제를 국가적 책무로 인식하고 간호 인력 문제 해결의 첫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단편적”이라고 했다. 복지부의 대책이 병원 현실에 맞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간호 관리료 지급을 병상 수가 아닌 환자 수로 산정한 것은 바람직한 개선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의료 기관의 70%가 간호 등급을 신고하지 않고 있고 이들 86%가 의료법상 간호사 인력 기준을 위반하고 있다”며 간호 등급 신고를 의무화할 수 있는 간호 등급제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또 건강 보험 가산 수가의 70% 이상을 간호사 처우 개선에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복지부의 대책에 대해 “가장 시급한 저임금 문제, 간호사 간 임금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간호사 표준 임금 체계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저임금과 임금 격차 해소가 가능하고 높은 이직률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움 근절 대책, 신규 간호사 교육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인 간 폭행·성폭력 방지뿐 아니라 환자·보호자에 의한 폭행·성폭력 방지안이 포함”되어야 하고 “신규 간호사 교육 기간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미국·캐나다·일본 등 다른 나라처럼 신규 간호사 교육에 따른 지원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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