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진단, 장 내시경이 최선인가?

많은 국민이 대장암 조기 진단을 위해서 대장 내시경 검진을 이용한다. 그러나 대장 내시경이 국가 암 검진 항목으로 선정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손대경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구기반 대장 내시경 선별 검사 우려와 기대’ 토론회에서 “대장암은 유병률, 사망률이 높다는 점, 조기 발견 시 완치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가 검진 효과가 큰 암”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 선호도가 높은 대장 내시경이 분변 잠혈 검사보다 검진 효과가 더 크다는 근거 자료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민, ‘검사의 정확성’ 선호

현재 국가 대장암 검진은 만 50세 이상 남녀에 대해 매년 1회 분변 잠혈 검사(대변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대장 내시경은 분변 잠혈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발생한 경우 추가 검진 사항으로 진행하도록 권고된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은 분변 잠혈 검사 대신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2017년 암 검진 수검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 이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수검자는 40.6%인데 반해 1년 주기 분변 잠혈 검사를 받는 수검자는 33.5%에 그쳤다.

2017년 차재명, 곽민섭 강동경희대병원 교수팀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국가 대장암 검진에 참여한 50세 이상 성인 396명 가운데 68.7%(272명)가 분변 잠혈 검사보다 대장 내시경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대장 내시경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장 내시경은 정확하다(79.4%)’는 것이었다.

정승용 서울대 의과 대학 교수는 “대변 채취의 번거로움, 분변 잠혈 검사에 대한 낮은 신뢰도, 개인 검진으로 대장 내시경을 받는 수검자 수의 증가로 국가 대장암 검진 수검률이 다른 암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학계, “대장 내시경 검진 효과 위한 근거 부족”

손대경 대장암센터장은 “대장 내시경은 용종을 제거해 암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손 센터장은 “천공, 출혈 등 대장 내시경 검사로 인한 합병증 위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장 내시경을 국가 암 검진으로 선택한 나라는 많지 않다. 2018년 현재 1차 국가 대장암 검진법으로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는 국가는 폴란드가 유일하다.

김현수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의과 대학 교수는 “대장암 검진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영국에서 왜 대장 내시경을 채택하지 않는지, 2000년부터 대장 내시경 국가 검진을 시행한 폴란드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가 나왔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현수 교수는 “대장 내시경은 중증 합병증의 위험이 클뿐더러 내시경의 질,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검사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며 “분변 잠혈 검사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받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오늘 20일 발표한 2018년 ‘암 검진 제도 개선안’에서 국가 대장암 검진에서 불필요한 중복 검사를 방지하고 내시경 검사 등 검진 과정에 ‘검진 의사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김혜래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서기관은 “올해 2차 국가 대장암 검진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을 분변 잠혈 검사에서 우선적으로 제외하고 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참고해 단계적으로 중복 검사를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하루에 과다 시술을 하는 경우는 없는지, 하루 몇 건 정도의 시술이 적당한지 등 검진 의사 자료를 모아 내시경 시술자 질 관리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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