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 우리 엄마를 살려 주세요!”

문재인 정부 들어 ‘비급여의 급여화’를 천명하며 추진 중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말기 암 환자를 죽음으로 내 몰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 하나같이 마스크를 쓴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앞에 모인 사람들은 21일 이후 발생한 오프 라벨 의약품 제한 사태로 항암제를 처방받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운 말기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었다. 기존 항암제는 더 이상 듣지 않아 다른 암종의 치료제인 면역 항암제를 처방받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들이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가 급여화되면서 허가 외 처방인 오프 라벨 처방이 전면 제한됐다. 이에 말기 암 환자들은 면역 항암제 처방 제한 철회를 요구하며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이미 두 차례의 집회를 열고 보건 당국과 대화까지 나눴음에도 여건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결국 이들이 향한 곳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실을 알리고 호소할 수 있는 청와대였다.

사회적 무관심, 정부도 무관심

이날 말기 암 환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2시간여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사회에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애초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의 집회 허가를 받았지만, 주최 측은 집회에 참여한 말기 암 환자들의 몸 상태를 고려해 2시간으로 축소 진행했다.

사회적인 관심도 부족했다. 청와대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말기 암 환자들의 호소를 듣고서 어리둥절해 하거나 외면하기 일쑤였고 말기 암 환자들은 그렇게 쓸쓸하게 돌아섰다. 오프 라벨이 무엇인지, 살려달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환자들이 왜 청와대까지 나섰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은 없었다.

화창한 주말 오후 이들의 호소를 들어줄 취재진도 겨우 두 명에 불과했다. 어느 누구 하나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들어 주는 이들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 오프 라벨 사태의 당사자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마찬가지였다.

환자들이 기간도 오래 걸리고 의료진이 기피할 정도로 까다롭고 복잡한 다학제위원회의 심의 절차와 사전 승인 제도 철폐를 촉구했지만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환자들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신문고, 보건복지부, 심평원, 국회 게시판 등 등 민원을 청구할 수 있는 공간마다 현실의 불합리함을 호소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그 어디서도 이들의 외침에 답하는 곳은 없었다.

4기 전이암 투병 환자 임모 씨는 “국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들은 잘 꾸며져 있지만 허공에 대고 외치는 느낌이었다”며 “민원을 해도 답변이 안 오는가 하면, 그나마 답변이 와도 한 달 이상 걸리거나 원론적인 답변 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뾰족한 대책 없어

말기 암 환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떻게든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 처방을 받고자 성치 않은 몸을 직접 이끌고 전국의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다.

정부가 손 놓은 이상 말기 암 환자들도 도리가 없는 것. 스스로 면역 항암제 처방 병원을 알아보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처방을 받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마저도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71개 다학제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 기존 오프 라벨 처방 환자들에게는 12월까지 처방을 계속 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병원은 지금까지 오프 라벨 처방을 하지 않고 있다.

심평원의 권고 이후 실제로 말기 암 환자가 오프 라벨 처방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가 처방을 요구했지만 의사와 병원 측은 심평원의 눈치를 보며 처방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처방 이후 나중에 심평원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처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의료계 현장에서도 여전히 오프 라벨 처방의 부작용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면역 항암제 급여 출시 관련 복수의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는데, 이 자리에서 의료계 인사들은 오프 라벨 사태와 관련 면역 항암제의 허가외 처방에 한결같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는 사이 면역 항암제 처방을 받지 못해 사망한 말기 암 환자는 3명으로 늘었다. 얼마 전 두 명이 사망한데 이어 최근 또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오프 라벨 사태 이후 사망한 말기 암 환자는 3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복지부와 심평원 등 정부가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심평원의 한 관계자는 “심평원이 환자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복지부 장관 명으로 고시된 내용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손사래 쳤다.

복지부도 마찬기지였다. 복지부는 “의약품을 허가 사항 외로 사용하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평가를 거쳐 정해진 허가 사항과는 달리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불명확하다”며 “특히 항암제는 질병의 위중함, 약제의 독성 및 부작용 문제, 항암 요법 투여 주기의 지속성을 고려해 심평원의 사전 승인을 받고 다학제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서 처방받아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오히려 복지부는 “이번 사태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즉, 말기 암 환자들의 오프 라벨 사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월호 교훈도 무색해져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에 말기 암 환자들은 이미 수차례 오프 라벨 처방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에 알렸다. 고시가 확정되기 전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이런 의견을 제출했고. 비단 오프 라벨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환자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현재 면역 항암제를 처방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 투약자들은 투약 주기를 놓쳐 실의에 빠진 상태고 면역 항암제 신규 투약을 희망하던 암 환자들은 사망한 환자들처럼 시기를 놓쳐 투약하지 못하게 될까봐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 만난 한 말기 암 환자는 “세월호 사태가 있고 나서 바뀔 줄 알았던 대한민국은 바뀌지 않았다”며 “말기 암 환자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정부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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