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정보 보호 첫발, 美서 가이드라인 마련

23andMe, Ancestry 등 미국 주요 개인 유전자 분석 기업들이 미 시민단체인 미래 프라이버시 포럼(Future of Privacy Forum)과 공동으로 안전한 유전자 정보 이용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Privacy Best Practices for Consumer Genetic Testing Services 가이드라인’은 유전자 분석 기업들이 연구 등의 목적으로 제3자에게 개인의 유전 정보를 넘겨줄 경우 소비자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는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을 투명성, 동의, 제3자 이용, 접근, 책임, 보호 등으로 나눠 상세하게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개인 유전 정보 관리 정책과 절차에 대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전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유전자 검사로 수집된 개인 유전자 정보를 어떠한 이유로든 제3자에게 넘길 땐 별도의 동의를 받기로 했다. 연구의 목적이라면 해당 연구의 목적이나 장점, 위험 사항 등을 충분히 소비자에게 인지시켜야 하며, 만약 향후 소비자가 자신의 유전 정보나 생체 샘플에 대한 삭제를 요청하면 이후의 연구엔 해당 정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새로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제품 및 서비스 마케팅도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가 마케팅 수신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더불어 가이드라인은 유전 정보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높은 수준의 보안 프로그램을 구축할 것을 명시했다. 이를 통해 인증받지 않은 제3자의 접근을 막고, 특히 고용자나 보험사, 교육기관 등에 개인 유전 정보가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법적 절차에 따라 필요할 경우 개인 동의 없이도 유전 정보가 수사 기관에 넘겨질 수 있다. 이때 기업은 가능한 한 이 사실을 해당 개인에게 알려줘야 한다. 또 기업은 매년 수사 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법 집행 건수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사업을 종료하거나 매각하는 경우, 개인 유전정보와 생체 샘플을 안전하게 폐기하거나 혹은 인수자가 본래 기업이 제공했던 원칙을 동일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업계가 자발적으로 시민단체와 논의를 통해 유전자 프라이버시를 위한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유전자 프라이버시 논란은 지난 5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30년간 특정하지도 못한 연쇄살인범을 유전자 족보 사이트를 통해 검거하면서 불거졌다. 어떠한 규제 없이 누구나 개인 유전자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개인을 특정할 수 있어 자칫 유전자 정보에 의한 차별이나 배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가 저렴하게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개인 유전자 검사(DTC)가 활성화되면서 유전자 정보를 축적하는 민간 기업이 늘어나고, 이를 새로운 치료제 등 연구에 활용하고자 하는 제약사, 연구 기관들이 유전자 정보에 관심을 보이면서 안전한 유전자 정보 활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유전자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첫 단계인 셈이다.

한국도 2016년 처음으로 DTC 검사를 허용한 이후 민간 업체의 유전자 검사 항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유전자 프라이버시 논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관련 논의는 거의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ImageFlow/Shutterstock]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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