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희, 의대 출신 서울대 총장 되나?

40대에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학장에 취임, 3연임을 하면서 대학 글로벌 경쟁력의 초석을 닦은 ‘탱크 맨’ 강대희 교수(56)가 35년 만에 첫 의대 출신 서울대학교 총장이 될 수 있을지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과 의료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강대희 교수가 총장이 되면 1983년 권이혁 총장 퇴임 뒤 35년 만의 의대 출신 총장. 서울대 의대와 간호대, 서울대병원, 서울대암연구소 등이 있는 연건캠퍼스의 다수 교원은 35년 만에 이곳 출신 총장이 취임해 관악과 연건을 묶어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대희 교수는 서울대 의대 학장, 서울대 총장을 거쳐 문교부, 보건사회부, 환경처 장관 등을 역임한 권이혁 총장과 유사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예방의학과 보건학 전공이다. 모두 탁월한 인화력을 바탕으로 한 ‘마당발’에다 뛰어난 조직 관리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둘 다 연구에도 부지런해서 권 총장은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강 교수는 지금까지 300편에 가까운 SCI 논문을 발표해왔다. 두 사람은 학장을 3연임한 공통점도 있다. 권 총장 당시는 임명제였고, 강 교수는 ‘까다로운 의대 교수들’의 투표로 연거푸 선출됐다는 게 차이점.

강대희 교수는 대통령이 임명하던 권이혁 총장 때와는 달리, 다른 쟁쟁한 교수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총장이 될 수 있다. 관악 캠퍼스의 견제 분위기를 극복해야 하며 학생, 교직원의 투표를 반영하는 새 선출 방법도 통과해야 한다.

현재 경쟁자는 경영대학 남익현, 기계항공공학부 이건우, 이우일 교수,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 4명.

남익현 교수는 강대희 교수와 동갑으로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과 본교 기획처장을 연임했다는 장점이 있다. 이건우 교수는 최근 과학의 날 창조장 훈장을 받을 정도로 연구 능력에서 독보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본교 보직을 맡은 적이 없다는 게 한계. 이우일 교수는 열공학의 대가로 연구부총장을 지낸 강점이 있다. 정근식 교수는 평의원회 의장으로 대학 행정을 견제한 경험이 있고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이었던 게 장점.

강대희 교수는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 서울대 연구부처장,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장직 등을 거쳐 의대 학장을 3연임하면서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담당관으로 근무했고 세계보건기구(WHO)와의 다양한 협력 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있어 서울대가 글로벌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적임자로 기대되고 있다.

강대희 교수는 “서울대를 세계 지성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히며 출사표를 던졌다. 4년 동안 1조2000억 원 이상의 재정 확충을 약속했다. 국내 처음으로 총장 선거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과의 직접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교환 학생 지원 최대 확대 △복수 전공 확대 △장학금과 기숙사 확대 △보건진료소를 캠퍼스 메디컬센터로 확대 개편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강대희 교수는 기독교 가문 출신으로 큰아버지가 한국 기독교계의 원로로 평화 사회운동을 펼치며 대한민국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긴 고(故) 강원룡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이다. 선친 강형용 박사는 영국에서 공부한 의사로 서울시립남부병원장, 서울시립영등포병원장, 대한소화기병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서울시 중구에서 의술을 펼친 ‘영국 신사 의사’로 유명하다. 강 교수는 폭넓은 인맥의 가족풍을 이어받아 학계, 의료계뿐 아니라 정관계, 재계, 언론 등에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 ‘마당발’을 넘어 ‘운동장발’로까지 불리고 있다.

서울대 총장 선정은 첩첩산중의 절차가 남아있다. 총창추천위원회가 정책평가단(75%)과 총추위(25%)의 평가 의견을 합산해서 총장 후보자 3명을 확정한 뒤 16일 서울대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기존 득표 순위와 상관없이 동시 투표를 통해 최종 1명을 선출해 교육부에 알린다.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면 최종 확정된다.

총장 임기는 7월 20일부터 4년이다. 20일 강대희 교수가 의대 교수 출신으로 35년 만에 권이혁 총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지, 정책평가단의 모바일 투표가 실시되는 10일부터 본격 레이스가 출발하면서 윤곽이 드러난다.

[사진=dhkang.kr]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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