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못 간다는 어린이 치과, 왜?

최근 천안 어린이 치과에서 어린이 환자가 치료 도중 사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지역 경찰과 보건소가 사건을 조사 중이지만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어린이 치과에 가기가 두렵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충청남도 천안 서북구에 위치한 어린이 치과에서 30개월 된 아이에게 마취를 하고 충치 치료를 했다. 하지만 20여분 뒤에도 깨어나지 않자 다른 병원의 마취과 전문의를 불러 자체적인 응급 처치를 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이후 50여 분 후 119구급대를 불러 천안의 대학 병원으로 아이를 옮겼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관련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온라인상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치료를 받을 예정인 부모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어린이 치과를 다녀왔는데 너무 놀랐다.” “어른도 위험한 마취를 아이에게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며칠 후 어린이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하기로 했는데 겁이 난다.”

사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에게 좀 더 편한 치료를 받고 안전사고를 걱정해 일반 치과보다 어린이 치과를 더 선호한다. 어린이 치과라는 이름만 들어도 어린이를 위한 섬세한 치료와 병원 내 관리가 가능한 전문 병원이라는 생각에서다.

안전사고-비싼 치료비도 논란

하지만 어린이 치과에서 오히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몇 달 전 서울의 한 어린이 치과에서는 20개월 된 여아가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 아동 부모 측의 제보에 따르면 치과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간 여아는 엄마가 진료비를 계산하는 동안 테이블에 있던 뜨거운 물이 든 컵을 잡아당기다 가슴과 배에 화상을 입었다. 당시 옆에는 간호사와 뜨거운 물을 떠온 여성이 있었다는 것. 피해 부모 측은 “어린이 치과임에도 뜨거운 물을 주의하라는 문구도 없고,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조치도 미흡했다”며 병원 측의 과실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어린이 치과 측은 “당시 아이 옆에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병원이 안전사고 조치를 안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화상 사고가 난 뒤에도 기저귀를 벗겨 응급 처치를 실시했고 화상 전문 병원이 아니기에 직원 한명이 보호자와 함께 인근 피부과에 동행했다. 사고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어린이 치과 측은 “화상 사고에 대한 병원의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피해 부모 측에 약 50만 원의 실비와 정신과 진료비 20만 원을 주기로 했지만 상대방 측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 치과 비용이 일반 치과 비용보다 비싸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털 사이트 키즈맘 카페의 한 회원은 “일부 치과에서는 유아들에게 안 해도 되는 불필요한 시술들을 너무 많이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가 하면, 4살 아이를 둔 한 아이의 엄마도 “어린이 치과라는 이름 때문에 믿고 가지만 같은 치료인데도 다른 치과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치과는 법-안전 사각지대

그렇다면 어린이 치과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린이 전문 병원일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보건복지부, 보건소, 대한소아치과학회에 공통된 질문을 했으나 결론은 어린이 전문 병원이 아닌 이름만 어린이 병원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 치과를 개설하기 위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닌 일반적으로 치과를 개설하려는 자가 치과 명칭을 임의대로 사용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반 치과 개설과 똑같은 자격과 절차를 밟아 치과를 개설하게 되는데, 다만 의사가 치과 이름을 어린이 치과로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소아치과학회 측도 “어린이 치과를 개설하는 것은 일반 치과 개설 절차와 다르지 않다”며 “치과 이름에 어린이 치과를 나타내는 단어를 포함할 뿐 모든 과정이 동일하다. 다만 전문의가 전문 과목을 표방해 소아 치과 의원이라고 표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전문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 치과라고 하지만 정작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안전 규정이나 안전 관리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 병원도 그렇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환자 안전법은 없는 상태이고 어린이 치과라고 해서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강제적으로 마련하게 할 법이나 규정은 현재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한소아치과학회 측은 “각 병의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안전 규정과 안전 관리 시스템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다른 소아과나 소아한의원 등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즉,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병원임을 표방하면서도 어린이 환자를 보호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 관리 시스템을 법이 아닌 병원 자체에서 판단해 마련하게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 환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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