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유죄’, 비선 진료 인사 판결 놓고 ‘설왕설래’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태에서 비선 진료에 관련됐던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가 낮고, 형평성이 결여된 판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국정 농단 의혹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 가운데 비선 진료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선 진료를 하고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김영재 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 유예 3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고 부인인 박채윤 씨에겐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들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자문의를 지냈던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에드 원장에게는 박 전 대통령을 20여 차례 진료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들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최순실 일가의 주치의로 알려진 이임순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교수에 대해서는 국회 위증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했고, 전직 대통령 자문의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교수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김영재 원장에 대해 “자문의가 아닌 비선 진료인에 속했음에도 비선 진료 행위를 숨기고자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면서도 “부인의 요청에 의해 위증한 동기가 참작되고 안종범 전 수석에 대한 뇌물 공여에도 소극적으로 관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원장 부인인 박 씨에 대해서는 안 전 수석에게 특혜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점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에 편승해 결국 이익을 취했다는 점을 들어 실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김상만 전 원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대통령 공식 자문의이면서 피고인이 처방한 주사제를 주사 아줌마가 투약하는 등 비정상적인 절차로 대통령을 진료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진료기록부 허위 혐의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부득이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이익을 얻은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나란히 국회 위증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 교수와 정 교수에게는 “진상이 밝혀지길 원하는 국민들의 소망을 저버리고 위증을 했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국정 조사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재판부가 비선 진료 관련 피의자에 대해 전원 유죄를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국정 농단 핵심 피의자보다 조연에 그쳤던 인물들에 대한 선고가 과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우리나라가 위증죄를 너무 가볍게 처벌하는 것 아니냐”, “형량을 높게 청구한 다음 다시 판결받아야 한다”, “형이 너무 짧다”, “이임순 교수가 왜 집행 유예인가”라는 비판적인 반응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영재 원장의 경우 부인인 박 씨와 함께 와이제이콥스 봉합사와 관련 서울대병원 등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각종 비선 진료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지만 집행유예 3년 선고를 받으며 법정 구속을 면했다.

최순실 일과와의 친분과 함께 김영재 원장이 개발한 봉합사를 서울대병원에서 사용하게 하려고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김 원장 부부를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진 이임순 교수에 대해서도 위증 혐의만 적용해 역시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김영재 원장과 이 교수와 같이 위증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정기양 교수는 집행 유예를 받아 법적 구속을 면한 이들과 달리 징역 1년형을 받으며 법정 구속됐다.

이에 의료계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비선 진료 재판에서 핵심 주역은 집행 유예와 벌금 선고를 받고 보조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구속됐다”며 “앞뒤가 뒤바뀐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종합 편성 채널에 출연 중인 한 변호사는 방송을 통해 재판부를 감싸기도 했다. 그는 “이번 재판부의 선고는 설명이 필요하다”며 “김영재 원장의 경우 국민들의 공분을 많이 샀던 인물이지만 나중에 수사 과정에서 협조를 했다는 부분이 참작이 되서 집행 유예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임순 교수의 경우 최순실과 우병우 가족, 서울대병원장과도 친분이 있는 중간 연결 고리인 점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사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집행 유예가 선고된 것”이며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기양 교수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리프팅 시술에 대해 깊숙이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위증을 해 수사는 물론 국민들에게 대 혼란을 일으킨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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