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 드웨인 윙리거 초청 환자권리포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한국환연)는 지난 10일 서울 정동 달개비회관 컨퍼런스룸에서 ‘드웨인 웡리거 회장 초청, 보건의료 거버넌스(Governance)와 환자참여’라는 제목의 환자권리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글로벌 환자권익보호 활동가인 드웨인 웡리거(Durhane Wong-Riege) 회장이 한국환연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고, 토론 패널자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대표,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 등이 함께 했다.

드웨인 회장은 IAPO((International Alliance of Patient Organizations, 세계환자단체연합)의 전 회장이자, ‘캐나다 희귀질환환자단체(the Canadian Organization for Rare Disorders)’ 대표 등을 맡고 있다.

이날 환자권리포럼은 우리나라 환자단체 활동가들이 국내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보건의료정책과 국내 의료서비스 환경에서 환자들에게 최우선으로 필요한 과제들을 먼저 발표하고, 캐나다와 전 세계의 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동해 온 드웨인 회장이 각국의 의료서비스 환경과 제도·정책·법률을 비교하면서 현 글로벌 의료서비스 환경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강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로 포럼의 제목이자 이날 환자권리포럼의 핵심 주제인 ‘우리나라 보건의료 거버넌스와 환자참여 확대방안’에 대해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먼저 우리나라 정부의 각종 법정위원회에 환자단체가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지 그 현황을 발표했고, 드웨인 회장은 이와 관련한 해외사례 및 자신의 견해를 발표했다.

안기종 대표는 “우리나라 정부는 거버넌스 구조의 객관성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비영리민간단체와 소비자단체에서 추천한 사람을 법정위원회 위원으로 다수 참여시키지만 아직 환자단체에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내에서 환자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소속 법정위원회로는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중앙응급의료심의위원회, 제대혈위원회, 혈액관리위원회가 전부이다. 현재 국내에는 1,400여 개의 크고 작은 환자 모임 및 단체들이 있지만 개별 역량이 약해 법정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앞으로 환자단체들의 역량을 키워 법정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드웨인 회장은 “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다”면서 “환자에 대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환자의 목소리가 반드시 대변되어야 한다. 환자가 판단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가야될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이 점점 대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보건·의료 정책결정의 패러다임 변화 이후 환자단체 간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개별 환자로서 조명되었다면, 환자단체가 환자를 대신해 주체가 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이제는 직접 정부와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여기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의석을 얻기 위해 환자단체가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웨인 회장은 이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환자권리가 신장해 온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녀는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환자는 문 앞에서 서성이는 야만인으로 비유되곤 했다. 야만인처럼 고함치고 소리를 질러야만 누군가가 비로소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문을 막상 열고 들어가면 그 다음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심지어 식사에 초대를 받기도 하지만 환자를 제외한 모두가 전문가이고 환자는 평등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2천 년대에 들어서면서 환자의 지식이 늘어나자 정부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환자단체를 만들고 제약사, 보건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찾아다니면서 환자들을 교육시켜달라고 요청하고, 정부와 보건·의료 정책결정의 파트너로 일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표현하면서 보건당국은 함부로 환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정책을 펼 수 없었다”고 했다.

드웨인 회장은 이처럼 두려워하지 말고 환자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현재 한국환연에서 주기적으로 주최하는 ‘환자샤우팅카페’는 좋은 예다. 이와 같은 자리가 최대한 많이 만들어져야 환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보건·의료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다”고 국내 환자단체 활동가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환자권리포럼은 두 번째 순서로 ‘우리나라 진료실 성추행 방지 법령 개정운동’에 대해 토론했다. 지난 8월 12일 제16회 ‘환자샤우팅카페’에서 한의사에게 진료를 빙자한 성추행을 당했다며 샤우팅한 민서 양의 이야기와 함께, 이러한 사례의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국장과 드웨인 회장이 발표했고, 패널 토론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드웨인 회장도 “이런 일들이 전세계 의료현장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현재 한국환연에서 논의하고 있는 ‘샤프롱(chaperone, 여성, 아동, 지적장애인 등은 진료실에 보호자 혹은 간호사가 동석하는 제도)’이 의료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현실성 있는 대안인지 충분히 고려된 다음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드웨인 회장은 “다음 번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IAPO(세계환자단체연합)의 정기총회에 한국환연도 참석해 주기를 바란다”며, 한국환연에 “단지 국내 환자권리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전역에 있는 환자단체들의 모임이 활성화되는데 기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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