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리학 개척자 지제근 교수 별세

우리나라 병리학 분야의 개척자인 지제근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26일 오전 11시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은 우리나라 의학용어를 바로 잡고 병리학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 의학계의 큰 별이었다. 고인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난해한 한자어 일색이던 의학용어를 우리말로 체계화하고 표준화에 앞장섰다. 이는 2006년 ‘의학용어 큰사전’으로 결실을 맺었다. 의학용어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용어에도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용어개발과 표준화를 위해 노력해 과학기술용어집,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등의 발간을 주도했다.

지난 196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고인은 2003년 정년퇴임 때까지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며 대한병리학회 회장, 대한의사학회 회장, 대한의학회 회장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했다. 정년퇴임 후에는 의학한림원 초대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인은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의학계와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다.

고인은 1970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보스톤 소아병원 병리과 전공의를 거쳐 신경병리학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1975년에는 미국 해부병리학 전문의 및 신경병리학 전문의로서 하버드대 의대의 신경병리학 전임강사로 임명됐다. 그러나 고인은 ‘하바드대 교수’ 1년만에 귀국 결정을 내린다. 당시 열악했던 우리나라 병리학과 서울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서울대 의대 조교수로 복귀한 것.

미국 의학계에서 연마한 최고의 지식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지제근 교수의 합류로 국내 병리학계는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게 된다. 고인은 우리나라 신경병리학의 초석을 다지면서 소아병리학 분야의 정립에도 헌신했다. 지제근 교수는 1985년 국내 유일의 소아병원인 서울대학교 소아병원 소아병리과 책임자로서 후학들의 교육과 연구를 통해 소아병리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고인은 이러한 헌신의 결과로 대한민국학술원상(199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2011년), 지난해에는 대한의학회가 제정한 의학공헌상 초대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족으로는 서울대 의대 동문인 부인 이미나씨와 아들 용석씨, 딸 용승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 발인은 29일 오전 7시. 02-3010-2000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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