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입력 F 2012.09.21 17:32 수정 2012.09.21 17:32

MBC 의학드라마 골든타임이 종영을 앞두고 있다. ‘종합병원’부터 시작해 ‘하얀거탑’, ‘뉴하트’ 등 의학드라마에서 강세를 보였던 MBC의 의학드라마였기에 시청자들은 ‘골든타임’이 시작할 때부터 기대감을 가졌고, 3회 연장 방영이 결정된 지금 ‘골든타임’은 8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골든타임’이 인기를 끄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병원 속살'의 적나라한 공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의학드라마들이 의사와 환자에 국한된 내용, 좀 더 비약하자면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만 담아냈다면, ‘골든타임’은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와 정치권 등 병원 밖으로 시선을 돌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드라마에 처음 노출된 심평원, 심기 불편했다

심평원이 드라마에 노출되기 전까지 ‘골든타임’은 의사를 비롯한 현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심평원 간부가 입원하는 내용이 전개되면서 의료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극중 병원에 입원한 심평원 간부는 인턴과 담당의사에게 자신에게 무슨 약이 얼마나 투약 되고 있는지, 약을 처방한 근거는 무엇인지, 심평원의 기준에 적합한 처방이었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 ‘피곤한 스타일’로 묘사됐다. 이후 심평원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심평원 측은 “너무 작위적이다”, “현실적이지 않다”, “드라마를 본 직원들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며 흥분했다”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소신껏 진료하고도 심평원으로부터 진료비를 삭감당하는 억울한 현실이 잘 반영됐다”, “응급실 적자 운영, 저수가, 심평원의 현지조사 등을 정면으로 다뤄 의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제작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병원의 명암을 드러낸 ‘골든타임’

최근 ‘골든타임’의 이야기를 이루는 축은 배경이 되는 병원의 소재지가 국가의 외상외과 지원 지역에서 탈락한 것이다. 그리고 결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내용이 전개되는 등 골든타임은 병원 밖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본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방영된 방송에서는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사용하는 방안을 놓고 소방방재청 직원과 응급외상센터 직원들이 컨퍼런스를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인 최인혁 교수와 신은아 선생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소방방재청의 헬기를 이용한 환자 이송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시청자들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드라마의 내용에 분개했다.

그동안 병원 밖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던 의학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병원 밖 인물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현실감은 더 높아졌고, 이는 일반 시청자는 물론 현업 종사자들까지 골든타임을 챙겨보게 만드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가?

골든타임에 나오는 최인혁 교수는 중증외상환자의 치료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의사이다. 그리고 최인혁 교수의 실제 모델은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교수로 알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작년에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 중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주치의로 이름을 알렸으며,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유일한 아주대의 중증외상센터를 이끌고 있었다.

이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중증외상환자는 연간 1만 명 정도이며 이들은 대부분 생업현장에서 상해를 당하는 서민들”이라며, “우리나라의 중증외상 의료수준이 처음 석 선장을 치료했던 오만보다도 낮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석 선장을 치료할 때 “10년 동안 중증외상센터의 설립을 이야기했지만,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드라마에서 응급의학과장이 헬기 이용 컨퍼런스를 두고 “10년 동안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회의”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와 달리 소방재난본부는 병원의 요청이 있으면 권역의 구분 없이 중증외상환자를 이송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정부에서는 전국 21개 권역 중 13개 권역을 대상으로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대상 5개소를 선정하는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골든타임’은 중증외상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1시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시간 내에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면 환자가 생존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기 마련이다.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되고 환자의 헬기 이송이 가능해지면 ‘골든타임’을 지키는 일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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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기자 (weekend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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