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옳았고 네이처셀은 틀렸다

[기자 수첩] 한국 바이오 산업, 이대로 좌초하는가?

잘 나가던 한국 바이오 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 회계 사태를 시작으로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네이처셀 라정찬 사태, 반복되는 악성 루머 등으로 주가는 하락하고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대표적인 사태는 라정찬 회장 구속 사태다. 구속 소식이 전해진 18일 네이처셀 주가는 전날 1만5200원에서 4550원(-29.93%)이 하락한 1만650원까지 떨어졌다. 과거 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품목 허가 기대감으로 3월 16일 사상 최고가였던 6만2200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문제는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라정찬 회장 사태가 비단 라정찬 회장 개인 또는 네이처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네이처셀 주가가 급락한 18일 줄기세포 관련 기업 주식은 일제히 하락했다. 23일에는 네이처셀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 등 대표 바이오 기업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처셀 사태가 각 기업의 개별 이슈이기는 하지만 분명 바이오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주가 하락을 놓고 증권사에서도 명확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 구속 사태 등 일련의 사태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보여지는 수치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투자자와 국민의 미심쩍은 눈초리는 바이오 산업에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셀트리온-네이처셀 무엇이 달랐나?

서정진 회장과 라정찬 회장의 시작은 어떤 의미로는 같았다. 사업 출발 당시 당사자는 확신했으나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던 것. 셀트리온을 설립한 서정진 회장도,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도 사기꾼이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국민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약도 바이오 의약품도 모두 낯설었고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투자 유치를 위해 심기일전했고, 결국 싱가포르 국부 펀드 테마섹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현재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고,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주식 시장에 등장했다. 결국 셀트리온은 코스피로 이전 상장해 시가 총액 상위 4위(7월 23일 기준)에 위치하고 있다.

반면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네이처셀에 앞서 알앤엘바이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 개발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이때도 라정찬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했다.

조건부 허가로 인한 기대감으로 알앤엘바이오 주가가 급등했으나 식약처는 승인하지 않았다. 임상 데이터 미흡 등이 이유였다.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결국 라정찬 회장은 2013년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라정찬 회장은 2015년 10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나왔지만 알앤엘바이오는 상장 폐지됐다.

이 과정에서 앨안엘바이오에 투자했던 수많은 투자자는 피해를 입었고, 라정찬 회장은 네이처셀을 통해 치료제 개발→조건부 승인 신청→식약처 불허→주가 급락→주가 조작 혐의 구속이라는 판박이 행보를 보였다. 아직 검찰 조사와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업계와 여론은 라정찬 회장 구속을 두고 알앤엘바이오 사태의 반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사실 신약 개발이 상업화로 이어지고 매출이 발생해야 안정적인 투자 메리트가 생기는 일이 바이오 산업의 특성인 만큼 그 전까지 “거품주”, “사기꾼” 등의 거친 평가는 불가피하다. 셀트리온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이 목적인 바이오 벤처 대부분이 모험 자본 군에 속한다. 신약 개발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 기업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현재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처셀 다음 차례는 어디라는 식의 출처 없는 설이 퍼지고 있다. 또 기업에 투자하면 객관적인 판단과 시각이 흐려져 오히려 문제가 있음에도 해당 기업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악재성 이슈에도 격하게 반응하는 투자자 책임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 특성상 실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면서도 “적어도 기업의 윤리적인 부분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 어렵고 까다롭더라도 해당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시각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바이오 기업으로 인해 바이오 사업 혹은 바이오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돈 줄은 막히고 각종 규제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현재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국내 바이오 산업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바이오 기업과 경영진이 좀 더 투명한 경영과 건전한 투자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다.

[사진=seewhatmitchsee/gettyimageban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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