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제약 노조 출범, 이유는?

코오롱제약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규모는 70여 명 정도로 모두 영업부 직원이다.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산업별 노동조합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에 합류해 눈길을 끈다. 특히 노동조합 설립 배경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제약은 세계 최초 세포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로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의 수장 이우석 대표가 이끌고 있는 대기업 자회사다.

하지만 코오롱제약은 소위 잘나가는 상장사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과는 별개로 2017년에서야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이는 코오롱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1% 수준으로 자회사 중 최하위권이다.

일각에서는 그룹사나 이우석 대표가 코오롱제약에 관심이 없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오롱제약 내부에선 어떤 일들이 벌이지고 있을까.

노동조합, “찍어내기 퇴직 만연”

코오롱제약 노동조합은 설립 이유를 놓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잘못된 관행이란 무엇일까. 서대원 지부장을 통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서대원 지부장은 “코오롱제약 내부에서는 영업부를 대상으로 한 부당한 인사 조치가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서 지부장에 따르면 인사팀에서는 말로는 순환 보직이라고 하면서도 영업부 직원을 상대로 계속 지역을 바꿔가며 발령을 내는가 하면, 당사자와 협의 없이 갑작스레 지방 발령을 내리기도 했다. 적응하지 못한 직원이 퇴사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사실상 찍어내기 퇴직이었다.

실제로 서대원 지부장은 “회사에서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퇴직시키는 수단으로 갑작스런 지방 발령 혹은 다른 보복성 인사 조치를 자행하고 있다”며 “지방 발령을 받거나 보복성 인사로 견디지 못해 퇴사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오롱제약이 기업의 얼굴이자 꽃인 영업부를 오히려 외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대원 지부장은 “회사 내부에서는 영업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영업 사원을 약 파는 사람 정도로만 취급한다”고 주장했다. 서 지부장은 “회사 내에서 온전한 대화나 건의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명하복 문화가 깔려있다”고 고발했다.

직원 노조 가입에 압력 정황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코오롱제약은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오롱제약은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가입하지 말 것을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대원 지부장은 “사측의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한 압력은 노조 설립 과정뿐만 아니라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직원에게 연락해 노조 가입 시 승진이 어렵다는 식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회사 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노조 가입 직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영업 직원뿐만 아니라 공장 직원의 가입도 늘어날 것”이라며 “노조가 회사와 상생을 통해 성장을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면 회사의 태도도 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약 공급도 제대로 안 돼”

코오롱제약에 대한 그룹 내 지원도 원활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 지부장은 “그룹 내에서 코오롱제약은 그저 작은 제약사라는 인식이 강해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약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코오롱제약의 성장은 미미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오롱제약이 판매하는 의약품은 매번 품절 사태로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오롱제약 매출 규모는 1000억 원인데 반해 의약품 생산 공장 규모는 약 5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업직원의 영업 활동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서대원 지부장은 “약이 제때 공급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보니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힘들다”며 “몇 년 전부터 회사 측에 공장 증설을 요청했지만 진척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코오롱제약 측은 노동조합과 교섭 일정을 조정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찍어내기 퇴직 등 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코오롱제약 인사팀 관계자는 “지난 1월 30일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으로부터 코오롱제약지부가 설립됐음을 통보받았다”며 “단체교섭 요청에 대해 2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후 현재는 교섭 일정을 조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오롱제약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청에 대해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회사는 근로자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행사를 철저히 보호하고 이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어떤 부당노동행위도 발생하지 않토록 관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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