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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국민연금은 왜 바이오를 외면하나?

입력 F 2018.02.08 09:24 수정 2018.02.08 09:44


- 가상 화폐는 투자하고 바이오 산업은 외면
- 싱가포르 국부 펀드는 셀트리온 투자해 1000% 수익


1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내는 국민연금. 이렇게 모인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곳이 국민연금공단이다. 그 규모는 무려 615조 원(2017년 11월 기준). 덕분에 국민연금은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국민연금은 공단 내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적으로 운용한다. 주로 주식, 펀드, 부동산 등에 투자 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단,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자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안정성, 수익성 등을 바탕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 2017년 매출 8289억 원, 영업 이익 5173억 원, 영업 이익률 62.4%. (A기업)

- 2017년 매출 96조3761억 원, 영업 이익 4조5747억 원, 영업 이익률 4.7%. (B기업)

예를 들어, 두 개 기업을 비교해보자. A기업은 B기업에 비해 매출이나 영업 이익 규모가 훨씬 작다. 하지만 영업 이익률은 어마어마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1000원어치를 팔면 600원 정도 이익을 낸다는 것. 반면 B기업은 매출과 영업 이익 규모가 거대하지만 1000원어치를 팔고 고작 40원 정도 밖에 남기지 못한다. 참고로 두 기업의 주식 시장 시가 총액은 엇비슷하다.

두 기업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니니 일단 국민연금 투자 기준인 안정성 면에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수익성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어떨까. 수익성은 A기업이 월등해 보인다.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실현하는 것도 국민연금공단이 해야 할 일이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도 "유망한 상장사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건 국민연금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A기업에 투자를 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민연금은 A기업에 투자한 적이 없다. A기업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과거와 별반 상황이 달라진건 없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이쯤에서 밝히자면 A기업은 셀트리온, B기업은 현대자동차다.

싱가포르 국부 펀드 테마섹은 2010년과 2013년 셀트리온에 각각 2000억, 1500억 원을 투자했다. 셀트리온 주식 약 17만 주를 취득한 것. 당시 취득 단가는 약 1만7000원(2010년), 3만3000원(2013년) 정도였다. 7일 오전 현재 셀트리온 주가 27만7000원을 기준으로 한 평가 차액은 무려 4조 원, 수익률은 1000%에 육박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개발하는 셀트리온은 과거 대표적인 모험 자본군에 속했다. 셀트리온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이 목적인 바이오 벤처 대부분이 모험 자본군에 속한다. 신약 개발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험 자본이란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크지만 일반적인 평균보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나 사업에 투여되는 자금이다. 때문에 투자 업계에서는 "안정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 투자자가 모험 자본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모험 자본 가운데도 옥석이 있는 법이다. 실제로 테마섹은 셀트리온의 사업 내용에 주목해 고수익을 실현했다. 마침 정부도 '잘 만든 신약 1개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영업 이익과 맞먹는다'며 제약 바이오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동기부여가 된 것일까. 혹은 국민에게 눈치가 보였던 것일까. 국민연금공단은 2013년 11월 테마섹을 모델로 기금운용본부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지금 특별한 변화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삼성물산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합병 결의에 찬성표를 던졌다가 수천 억 원 손실을 봤다는 일화는 조롱거리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더욱이 최근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부가 도박이라고 규정한 가상 화폐 거래소에 26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바이오 벤처 투자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공개하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80여개 기업 리스트(2016년 4분기 기준)에 바이오 벤처는 단 한 곳도 없다. 5% 이하 지분 보유 기업은 아예 공개도 하지 않는다. 다만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를 개발 제조하는 메디톡스 지분을 5% 이하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지고 있다.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 바이오 벤처는 이미 코스닥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코스닥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한 증권 시장이다. 코스피 이전이 확정된 셀트리온을 비롯 셀트리온헬스케어, 바이로메드, 티슈진 등 바이오 벤처 기업이 시가 총액 순위 10위권 안에 포진해 있을 만큼 투자자는 그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비율 역시 2%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민연금은 왜 바이오를 외면하는 것일까. 제약 바이오 업계 관계자도 무척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그 어느 곳에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기자도 국민연금을 내는 한 사람으로서 내 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투자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구체적인 사안은 알려줄 수도 없고 공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정한 유망 산업 '바이오'. 정부가 인정한 도박 '가상 화폐'. 만약 국민연금이 바이오를 외면하는 이유가 투자업계나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기금 투자의 안정성 때문이라면 묻고 싶다. "가상 화폐에 투자는 왜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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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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