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간 왓슨, 사춘기?


[헬스 케어에 빠진 AI ①] 왓슨 도입 1년

인공지능(AI) 시대가 활짝 열렸다. 앞 다퉈 인공지능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 진료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미국 IBM의 인공지능 왓슨. 지난해 12월 가천대학교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암 진료에 특화한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왓슨)’를 도입했다.

왓슨은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자체 제작 문헌, 300종의 의학 저널, 200종 이상 교과서, 1500만 쪽에 달하는 전문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왓슨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 정보와 인적 사항 등을 입력하면 최적의 치료법을 등급별로 빠른 시간 안에 제공한다.

길병원은 인공지능 암센터를 개소하고 왓슨을 활용해 암 환자의 진료를 시작했다. 수많은 암 환자의 진료 예약과 문의가 이어졌다.

길병원에 이어서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등 6개 병원도 왓슨 도입에 동참했다. 이들 병원은 왓슨을 암 환자를 위한 다학제 진료에 적용했다. 현재까지 환자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왓슨이 제시하는 치료법이 대체로 주치의와 일치했으며, 환자들의 신뢰도와 치료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정 못 받아 슬픈 왓슨

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는 만큼 왓슨은 의료 기기로 분류될 법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길병원이 왓슨을 도입했을 당시 현장에서는 왓슨을 의료 기기로 봐야 할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왓슨은 의료 기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약식 입장을 내놓았다. 의료용 인공지능 제품이 문헌을 검색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 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식약처는 ‘빅 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 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기존 입장을 공식화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왓슨은 처방 및 진료에 관한 문헌 정보를 검색 정리하는 도구로 분류돼 의료 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업계의 관심사였던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받지 못하게 됐다.

길병원 관계자는 “애초 도입 당시부터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환자들의 진료를 위해 도입 결정을 한 것”이라면서도 “의료 기기로 분류돼 급여 적용이 됐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무산돼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삐걱대는 왓슨?

왓슨 도입 초창기에는 칭찬 일색이었다. 일각에서는 의료 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심지어 왓슨에게 ‘인공지능 의사’라는 칭호까지 달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왓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해외 의학 전문 매체인 ‘STAT 뉴스’는 “왓슨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나 환자는 왓슨이 좀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치료법을 제시하길 원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이 매체는 왓슨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화해 낼 수 있지만 그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한 병원에서 왓슨이 고령 폐암 환자 치료법으로 이미 흔하게 사용되는 화학 요법을 제시해 의료진을 실망시킨 사례는 대표적인 예다.

왓슨은 기본적으로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같은 북미에 기반을 둔 진료 데이터로 학습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환자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 편향된 치료법을 제시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인공지능의 경우 해당 데이터가 편향되면 왜곡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건양대병원에 따르면, 왓슨은 대부분의 암 환자에 대해서 대체로 주치의 판단과 90%가 넘는 일치율을 보였다. 하지만 위암 환자에 있어서는 일치율이 50% 수준에 머물렀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위암은 한국 사람에게 많이 발병되지만 서양 사람에게 발병이 희박하다”며 “의사의 현재 치료법이 왓슨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이런 수치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성장 필요한 왓슨

왓슨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놓고 업계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왓슨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정한 모습도 있지만, 지금보다는 미래를 내다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빅 데이터를 토대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왓슨의 의학적 정확도와 효과 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방대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신뢰를 높인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현재의 왓슨을 국가별 특성에 맞게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길병원 관계자도 “아직 왓슨에 문제점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는 “왓슨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초기이다 보니 완벽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의 진료의 경우 왓슨에만 의지 하지 않고 5~6명의 전문의 의견을 같이 수렴하는 등 충분한 다학제를 통해 풀어 낼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IBM 측은 왓슨을 향한 우려를 놓고서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알려왔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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