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싸진다는데, 환자는 피눈물?

한국MSD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지난 21일부터 적용됐다. 백금 기반 항암 화학 요법 치료 또는 이후 질병의 진행이 확인된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PD-L1 발현이 양성인 환자들이 대상이다.

당초 키트루다를 처방받던 암 환자는 연간 1억 원에 육박했던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이번 급여 적용으로 환자들은 약값의 5% 정도인 490만 원 정도에 처방 받을 수 있어 치료비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암 환자들은 항암제의 급여화에 목말라 했다. 항암제가 연간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에 육박하는 워낙 고가 의약품이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은 돈이 없어 항암제를 처방받을 수 없는 메디컬 푸어 현실에 처해 있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9일 국민건강보험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는 이른바 ‘문제인 케어’를 통해 환자들이 이런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5년간 30조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료 및 의약품 분야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향후 환자들의 비급여 의료비 부담이 64%까지 감소하게 될 전망이다.

눈물 흘리는 암 환자

“8월 21일부로 암 환자들은 의사가 아닌 정부에 의해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한 유방암 환자 단체 대표가 밝힌 심경이다.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뒤 오프 라벨 처방 의료 기관을 70개 대형 병원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오프 라벨(허가 외 처방)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품을 허가한 용도 이외의 적응증에 약을 처방하는 행위다. 즉,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않았음에도 유방암에 효과를 보이는 폐암 치료제 키트루다를 유방암 환자들이 처방받는 식이다.

오프 라벨 처방을 받으려면 암과 관련된 여러 전문의로 구성된 다학제위원회가 설치된 70개 대형 병원에서 심의를 받아 심평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비정상적인 항암제 처방을 막고 부작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오프 라벨 처방 환자들은 사실상 이런 처방이 불가능해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프 라벨 처방을 받고 있는 암 환자들은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오프 라벨 처방 제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정부의 발표 이후 곧바로 병원들이 오프 라벨 처방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표준 항암제와 백혈병 치료제도 다 써봤지만 효과를 못 봤다는 유방암 환자 K씨는 대학 병원 주치의에게 키트루다 처방을 해달라고 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허가가 나지 않은 약이라 처방이 쉽지 않다”라는 답변이었다. 또 다른 환자도 치료를 받고 있는 의원급 병원에서 “키트루다 처방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환자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보건복지부는 대형 병원 70곳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던 면역 항암제 오프 라벨 처방 조치를 올해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암 환자들은 “연말로 유예하기로 한 조치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환자에게는 생명이 달린 일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후속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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