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성 범죄자의 뇌, 정상인과 다른가?

‘미 투 바람’이 계속 거세지고 있다. 매일 상상치 못했던 인물들의 성범죄가 드러나고 있다. 정상 범주 밖의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많았나? 왜 이런 관계를 원하는 걸까?

성적 탈선은 진화생물학적 관점, 심리학적 관점, 사회경제학적 관점 등 여러 측면에서의 해석이 가능하다. 남성은 종족보전을 위해 씨를 퍼뜨려야 하므로 성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내재돼 있으며 여성보다 일탈을 벌이기 쉽다는 진화생물학적 관점, 실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 경쟁 속에서 약자를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심리, 위계질서와 집단 우두머리에 대한 충성, 그리고 그들에 대한 모방효과 등등.

왜 성폭력 가해자가 발생하는지 설명하려는 시도들이다. 어느 설명도 성범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지 못한다. 학자들은 범죄자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서보다는 범죄가 반복되는 원인과 예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하게 접근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성범죄의 발생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동에 관여하는 뇌가 그 대상이다. 뇌가 구조적 혹은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다.

뇌 과학자들이 소아성애자의 뇌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아성애증은 성범죄 중 특히 비정상적이고 끔찍한 성적 취향으로 벌어지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계에서도 성체(成體)가 어린 동물에게 짝짓기를 시도하지는 않는다. 어른이 새끼에게 성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가령 새끼 쥐는 어른 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페르몬을 방출한다. 독일 키엘대학 연구팀이 새끼 쥐의 페로몬 배출을 막자 성인 쥐가 새끼 쥐에게 짝짓기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할까. 소아성애자와 정상인들에게 성인 남성 및 여성, 소년 및 소녀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fMRI로 뇌를 관찰한 실험이 있다. 이에 따르면 정상인은 성인의 얼굴에 매력을 느끼고, 이때 ‘복측부 전전두엽 피질’ ‘조가비핵’ ‘미상핵’ 등의 뇌 영역들이 활성화된다. 반면 소아성애자는 아이들의 사진을 볼 때 이런 영역이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소아성애자에 한정된 연구지만 성범죄자의 뇌 작동 방식이 일반인과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 아동에게 매력을 느끼는 과정에서 뇌의 활성화 방식이 변한 건지, 뇌가 원래 이런 방식으로 활성화됐기 때문에 아동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 건지 전후 관계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소아성애자에 대한 일부 연구를 제외하고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뇌 연구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성적 일탈에 대한 신경 생물학적인 근거를 부분적으로 찾아볼 수는 있다. 전두엽과 측두엽이 성충동 조절에 관여하며 피질하영역인 해마, 편도체, 시상하부, 중격부 등도 성적인 행동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뇌 영역이 손상을 입으면 성욕 과다증, 이상 성욕, 페티시 등의 성적 일탈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범죄와 연관된 뇌 영역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또 아직 성범죄와 관련된 뇌 연구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편이다.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각종 징후와 연관 지은 논의들이다.

따라서 성범죄의 원인을 ‘망가진 뇌’ 탓으로 설명하기엔 아직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 성범죄자가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고 말했을 때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

범죄 기질을 타고난 사람도 올바른 성장 환경과 교육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는 만큼 성범죄율을 낮추려면 뇌보다는 환경 요인에 포커스를 둬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단 인간은 뇌의 지배를 받는다는 논리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성범죄자에 대한 뇌 과학 연구가 계속 풀어 나가야할 과제로 남는 이유다.

[사진=oleschwander/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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