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석 신임 서울대병원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신임 서울대병원장 인사를 두고 의료계가 수군거리고 있다. 서창석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산부인과)가 지난 2월 갑자기 대통령 주치의를 그만 뒀을 때 의료계에서 나돌던 ‘낙하산 인사설’이 결국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23일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돼 이달 말부터 3년간 서울대병원을 이끌게 됐다.

서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를 중도에 그만두고 서울대병원장 선거에 뛰어 들었을 때 서울대병원 안팎에선 ‘병원장 내정설’이 급속히 퍼졌다. 몇 년 동안 병원장 준비를 해왔던 후보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마치 시나리오처럼 서 교수는 서울대병원 이사회에 의해 오병희 현 병원장과 함께 교육부에 병원장 후보로 추천됐고, 최근 청와대의 재가를 거쳐 신임 병원장으로 낙점됐다.

올해 55세인 서 교수는 서울대병원 법인화 이후 최연소 원장이다. 1961년생인 서 교수는 오병희 현 병원장보다 8살이 적은데다 주요 보직 경험이 적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과 산부인과 과장을 지낸 그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청와대 주치의를 맡아왔다.

선후배 사이의 위계 관계가 강한 서울대병원에서 8년을 훌쩍 뛰어 넘는 젊은 병원장의 취임에 따라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서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까지 그만 두면서 병원장 선거에 나선 만큼 조직 변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인사혁신이나 큰 폭의 병원 시스템 정비가 뒤따를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본원 경험이 적은 것이 오히려 조직 혁신을 단행하는 데 장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 신임 병원장에 대해서는 기대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그는 우선 ‘낙하산 병원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대병원장 임명 과정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이번에는 심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에서 사실상 ‘직행’한 것이나 다름없다. 비록 병원장 선거 지원 전에 이미 사표를 냈다고 하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당장 국민의 당 이용주 의원은 서 원장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만 거치면 어느 자리나 갈 수 있다는 식의 낙하산인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의 갑작스런 사임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핵안보정상회의 등 해외순방 일정을 주치의 없이 보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이란 순방 때도 주치의 공석 상태에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교수의 후임에는 이달 중순에야 윤병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61)로 내정됐다고 한다.

서 교수가 장기간의 청와대 주치의 공백 상태를 야기하면서까지 갑자기 서울대병원장 선거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병원 개혁을 위해 차출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기회’를 잡은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의사로서 대통령의 건강과 안위를 지키는 주치의만큼 명예로운 자리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중도 사퇴를 결심하고 병원장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서울대병원 본원 경험이 부족한 것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병원장 경험이 없는 서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병원 행정업무를 총괄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라는 방대한 조직을 맡아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낙하산 인사’여서 오히려 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약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 교수에 대해 병원장 임명 전 “정권 하수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원색적 성명을 내놓고 ‘대결’을 벼르고 있다.

서 교수는 단 기간에 대통령 주치의와 서울대병원장이라는 두 개의 큰 명예를 얻었다. 그러나 3개월여의 대통령 주치의 공백을 뒤로 한 채 병원장을 택한 것은 앞으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가 임기 동안 서울대병원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인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실패한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닐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서울대병원 구성원 상당수가 “서울대병원장마저 낙하산이냐?”라는 허탈감을 표출했다. 서 신임 원장의 가장 시급한 업무는 이들에게 ‘건강한 개혁’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동참시키는 일일 것이다. 내부 인화와 혁신을 동시에 이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50대 중반의 젊은 서울대병원장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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