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함께 해 감사” 시무식도 없이 깜짝 선물

[인사이드] 주식 1100억 무상증여 /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통 큰 ‘새해 선물’이 아직도 화제가 되고 있다. 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1100억 원대의 한미사이언스 주식 90만주를 2800명 전 임직원들에게 무상 증여한다고 지난 4일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기업 오너들의 잇단 ‘갑질’ 논란에 이어 경영실패를 직원들의 희망퇴직으로 덮으려는 최근 일부 기업의 행태를 볼 때 임 회장의 직원 사랑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미약품그룹 직원들은 임 회장의 이번 새해 선물을 통해 평균 4000만원 정도의 과외소득을 올리게 됐다. 직원들은 이미 지난해 정기 보너스와 별도로 월 급여의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받은 바 있다. 성과급과 이번 무상 주식을 합해 1년 치 연봉을 일거에 가져간 것이다.

그렇다면 임 회장은 어떻게 이런 결단을 하게 됐을까? 한미약품은 지난해 7개의 신약 기술을 글로벌 제약회사에 수출하는 8조원대의 ‘잭팟’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임 회장이 자신의 개인 재산을 직원들에게 나눠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상장 기업 대주주가 자기 지분을 떼어내 무상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그룹은 “임 회장은 지난해 연구개발(R&D) 성과를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했다”면서 무상 주식 증여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약개발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한 직원들의 회사 사랑에 대해 보답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임 회장이 증여하는 주식 수량은 지난해 12월 30일 종가인 12만 9000원을 기준으로 결정됐다. 임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36.22%를 갖고 있으며 보유 주식의 4.3%를 임직원에게 증여하게 됐다. 전체 한미사이언스 발행 주식에서 약 1.6%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임 회장은 지난 4일 시무식도 없이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이 같은 깜짝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주역인 한미약품 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며 “이번 결정이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한미약품 그룹 임직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모든 임직원들이 한미약품 그룹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2016년 새해에도 함께 힘차게 뛰자”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이 불황 속에서도 깜짝 실적을 올린 데에는 R&D와 글로벌화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은 5년 전 정부의 리베이트 수사와 약가 일괄 인하로 얼어붙은 영업환경 속에서도 R&D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14년 국내 상장 제약사들은 매출의 평균 8.3%를 R&D에 투자했지만, 한미약품은 매출의 20%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의 R&D 투자에 대한 뚝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지난해 온 나라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악재로 힘들어했지만 한미약품은 오히려 실적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를 전세계에 업그레이드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일부 제약사가 아직도 리베이트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임 회장의 통 큰 경영과 직원 사랑에 찬사를 보낸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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