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의 음식 강박증을 보니…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에서 잭 니콜슨은 보도블록의 틈을 밟지 않기 위해 땅만 보고 걷는다. 식당에 가면 언제나 똑같은 테이블에 앉고, 가지고 온 플라스틱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를 한다. 뒤틀리고 냉소적인 성격의 강박증 환자를 연기한 잭 니콜슨은 1998년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방송인 이휘재는 실제로 음식 강박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녹화한 SBS 설특집 ‘식사하셨어요?’에서 “음식 냄새만 맡아도 체중이 불어나는 체질이라 음식 강박증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면 긴장한다”면서 “아내의 식사 모습을 보면 음식의 유혹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괴롭다”고 했다.

강박증은 불합리한 줄을 알면서도 반복적인 사고나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손 씻기, 물건 정돈하기, 자물쇠나 가스 꼭지 확인하기, 셈하기, 책의 읽은 부분 다시 읽기 등을 되풀이한다. 이러한 강박 행동이나 생각을 중단하려고 애를 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증상은 더 심해지고 불안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한 불안장애의 일종인 것이다.

이휘재는 다소 마른 체형(1m80, 65kg)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롱다리’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몸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서도 ‘멈칫’해야 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음식 강박증’으로 표현한 것 같다.

음식과 체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불러올 수 있다. 얼마 전까지 거식증(拒食症)으로 불렸던 이 병은 글자 그대로 ‘식사를 거부하는 병’이란 뜻이다. 음식을 먹지 않거나 구토하는 것이 신경질적으로 이뤄진다. 요즘에는 정신장애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해서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부른다.

몸무게가 정상인데도 줄이려 애쓰고, 혹시 몸무게가 늘어날까 노심초사한다. 10대 후반에서 많이 나타나고 90% 이상이 여성이다. ‘Top of the World’로 유명한 ‘카펜터스’의 멤버 카렌 카펜터가 이 병에 걸려 숨지면서 유명해졌다. 수많은 모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병이기도 하다.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가 “야위어서 걱정”이라고 충고를 해도 “나는 비만”이라며 살빼기에 집착한다. 월경이 사라지고 기운이 빠져서 우울해진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고 누군가 말을 건네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증세가 심해지면 신장과 심장이 망가져서 숨지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따라서 주변에서 신경성 식욕부진증 증세를 보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치료를 권해야 한다.

요즘 과도하게 체중 관리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 적당한 자기 관리는 보기에도 좋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건강까지 해치는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마음껏 먹으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부질없는 상상이 현실이 될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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