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욱 칼럼] 투표율 높이는 과학적 방법 있다

투표 행위보다 ‘투표자’ 강조하면 효과적

선관위는 “12월 19일 꼭 투표 하실거죠?”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효과적면서 간단한 방법이 있다. 투표 행위보다 ‘투표자 되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번 선거에서 투표자가 되겠습니까, 기권자가 되겠습니까?”라고 묻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논문이 이를 보여준다.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심리학과의 크리스토퍼 브라이언 교수팀이 수행한 3건의 실험을 보자. 첫 실험은 2008년 대선 당시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고 있던 캘리포니아 주민 34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에게 여론조사를 하면서 절반에게는 투표를 ‘투표자’와 연관시키는 여러 질문을 제시했다. 예컨대 “이번 선거에서 투표자가 되는 것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까?”라고 물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 예컨대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까?”라고 물었다. 이후 투표에 대한 관심을 묻자 ‘투표자’ 질문을 받은 유권자의 87.5%는 투표에 매우, 혹은 극히 관심이 크다고 답변했다. 이에 비해 ‘투표하는 것’을 질문 받은 유권자는 이 같은 응답률이 55.6%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추가실험을 통해 실제 투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대상은 2008년 대선 당시 캘리포니아주의 유권자 88명과 2009년 뉴저지 주지사 선거의 유권자 214명이었다. 이들에게 앞서의 두 유형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투표자가 되는 것’이라는 문구에 노출된 유권자는 그러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제 투표율이 13%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투표자가 되는 것은 ‘투표하기’보다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면서 “당신에게 보다 바람직한 자아상을 가지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은 투표가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귀찮게 여길 수 있다”면서 “투표를 ‘또 하나의 그저 그런 행위’라고 무시해 버리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투표자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하면 투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투영하는 중요 행위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훌륭한(good and worthy)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는 데 관심이 크다는 것이 우리의 실험이 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캠페인은 “투표합시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부터라도 “당신은 기권자? 나는 투표자!” 같은 구호로 바꾸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이번 연구는 응용 분야가 넓다. 예컨대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하려면 ‘건강식을 하는 사람’이란 표현을 강조하는 것이 좋을 터이다. 사람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게 만들려면 ‘포기자’가 되지 말라고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치원생들에 사람들을 돕는 태도를 유도하려면 ‘도움 주기’보다는 ‘도우미 되기’라고 표현하면 교육효과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같은 예는 브라이언 교수팀이 후속 연구를 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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