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욱 칼럼] 미국 ‘마리화나 합법화’, 이런 이유가…

주정부 2곳 ‘오락용’합법화…연방정부 고심

마리화나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불법 약물이다. 2004년 유엔은 세계 성인 인구의 약 4%(1억6000만명)이 연간 1회 이상 사용한다고 추정했다. 청동기 시대부터 사용돼온 이 환각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화 돼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주정부의 ‘합법화’에 대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지난 10일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워싱턴 주와 콜로라도 주에서 ‘오락 목적’의 사용이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부대투표 결과다.

물론 연방법에서 불법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주법의 시행을 차단할 수는 있다. 문제는 여론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1%가 의료 목적의 사용을 지지하고, 72%가 소지를 이유로 투옥하는 데 반대하며, 50%는 성인의 사용이 합법화돼야 한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와 백악관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이들이 그동안 침묵해 온 것은 콜로라도의 진보성향 유권자의 반감을 사지 않으려는 의도적 전략이라고 정부 고위관료는 설명했다. 과거엔 이런 경우 입장을 표명했다. 2010년 캘리포니아주의 ‘오락용’합법화 투표를 앞두고 법무장관이 반대의사를 밝혔었다(결국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게다가 사후 승인한 전례도 있다. 2008년 오바마 행정부는 ‘의료용’으로 합법화한 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 D.C.와 18개 주가 그런 예다.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마리화나 흡연을 미국 내에서 치료 목적으로 승인한 일이 없다.
의료용으로 쓰이는 이유는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완화하며 화학요법이나 에이즈 치료를 받는 환자의 식욕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안압을 낮춰줘서 녹내장 치료(하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나오고 있다)와 진통 목적으로도 쓰인다. 다발성 경화증에서 우울증에 이르는 많은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마리화나의 유효물질인 칸나비노이드의합성품은전문의약품으로도 쓰인다.

하지만 제한적(21세 이상, 소량 소지, 재배와 판매는 승인)이라도 ‘오락용’ 합법화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50여 종의 발암물질을 포함한 환각제가 아닌가. 복용하거나 피우면 기분이 좋아지며 헛것이 보이고 헛것이 들린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식욕이 늘고 혈압이 떨어진다. 단기 기억 및 작업기억이 손상되며 간단한 동작이 어려워지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신체적 위해성이나 의존성은 알코올이나 담배보다 낮다고 한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마리화나의 유해성은 알코올·담배 기타 강력 마약의 몇 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2008년 4월 ‘국제 마약정책 저널’, 2007년 3월 의학전문지 ‘랜싯’). 다만 청소년에게는 특히 위험하다. 지난 8월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논문은 35년에 걸친 자료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8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지능·집중력·기억력이 손상되며 사용을 중단해도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다.

찬성론자들은 “마리화나와의 실패한 전쟁에 수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면서 “합법화하면 세수가 수억 달러 늘어나며 이 재원은 교육·건강관리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캘리포니아 주는 의료용 마리화나로 연간 1억 달러가 넘는 세수를 올리고 있다.

연구자들의 관심사는 ‘최악의 마약’으로 꼽히는 알코올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다. 마리화나는 대체재인가 보완재인가. 카네기멜런대 공공정책학과의 조너선콜킨스 교수는 “알코올 소비가 10%만 줄어도 커다란 승리”라며 “소비량이 10%만 늘거나 줄어도 그 영향은 마리화나의 어떤 영향보다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UCLA의 마크 클라이만 교수는 “주 차원의 합법화는 훌륭한 실험이 될 수 있다”면서 “시행 결과가 재앙으로 나타나면 연방정부가 개입해 실험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실험이 실제로 진행되는지, 성공적인지 지켜볼 일이다. 한국의 대마초(=마리화나) 문제는 그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터이다.무엇보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대마초와의 전쟁에 실패하고 있지 않으며 단속에 수억 달러를 낭비하고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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