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음식, 일부러 찾지 마세요!”

노자의 장수 비법

특정 식품이나 약물에 대한 과잉 또는 불균형 섭취는 오히려 건강 해칠 수 있어

건강한 삶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느 시대에나 인간의 근원적 희망이었다. 그리고 음식을 통해 건강 상태를 향상 시키고자 하는 것은 이성에 근거한 건강 추구 행위일 뿐 아니라 식욕이라는 원초적 생리 욕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만과 대사 증후군이 창궐하는 20세기 후반 이후의 현대 사회에서도 음식을 통해 부족한 무엇을 채움으로써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나 희망이 아직 유효할까? 오히려 현대의 식생활에서는 영양 과잉과 식단의 불균형을 해결 하는 것이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믿음이나 희망은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에 대한 인류의 우호적이고 의존적인 태도 역시 인류 역사라는 거시적 경험에 근거한다. 거친 음식을 사용하던 초기 영장류가 높은 열량의 곡류와 부드러운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인간으로 진화하고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최근 한 세기 동안만 보더라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게 된 이후 인류의 신장과 체중을 포함하는 신체 능력은 전 세기에 비하여 월등히 증가 하였다. 개별적 경험으로 신선한 과일의 섭취는 장기간 항해를 하던 선원들의 비타민 결핍 증상을 치료 할 수 있었고, 미네랄이 포함된 나무의 수액이나 벌꿀은 탈수 증상이 있는 열성 질환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을 것이다.

인구적 측면에서는 깨끗한 물을 섭취하는 것으로 수인성 질환의 발생이 획기적으로 감소하였으며,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 할 수 있는 냉장고의 도입이 위암의 유병률 감소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 등 무수한 예들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음식과 건강 사이의 연결 관계는 우리의 의식 저층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어떤 음식이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사적 대화 공간뿐 아니라 병원의 진료실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에 좋은 음식이라든가, 눈에 좋은 음식, 콩팥이나 뇌에 좋은 음식, 장에 좋은 음식이란 것들이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음식의 약리적 효과나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연구들이 있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별 음식의 효능이나 식단의 구성이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들은 그 결과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신뢰의 수준이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우유를 마시는 것이 소화성 궤양의 예방에 좋다는 의견은 우유에 포함된 칼슘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성 궤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일견 상충하고, 아침에 사과 하나를 먹는 것이 건강 유지에 좋다라는 문화적 신뢰는 사과와 같은 산성 음식이 위식도 역류 질환의 증상을 악화 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논리와 대립한다. 양배추 같은 잎 야채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변비 증상을 완화 시킬 수 도 있지만, 장내 세균 증식에 따른 가스 팽만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효과의 다양성은 개별 음식의 섭취 양이나 섭취하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섭취하는 서로 다른 음식물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되므로 효과의 방향을 단순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은 매우 다면적인 작용이다. 피를 맑게 해준다거나 면역을 높여준다는 음식이나 약용 식물들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출혈 경향이 생기거나 독성 간염이 발생하는 일들이 병원에서는 드물지 않다.

음식에 대한, 심지어는 약물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는 한 시점의 결론이 결코 진리가 아니며, 연구 관찰의 기간에 따라 변화한다. 계란에 포함된 콜레스테롤의 위해에 대한 오해라든가, 아스피린의 심혈 관계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가 그러하다.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 음식에 대한 우리의 지식도 계속 진보하고 있다. 지금의 답이 최종의 정답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진료실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첫 번째 대답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강력한 건강 관련 생활습관과 식습관은 절주와 금연”이며 두 번째 대답은 “일상적인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기후와 토양의 지역에 흔하고, 철에 맞는 음식을 골고루 적당한 양을 즐겁게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위하는 최고의 노력이다.

더하여, 진료실에서 이런 질문에 답으로 꼭 부탁하는 것이 있다. “절대 몸에 좋다는 음식을 따로 찾아서는 드시지 마세요.” 불편하고 드문 음식을 어렵게 찾아 먹는 노력은 자칫 원치 않았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야 할 음식이나 식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당뇨병이 있다면 간식을 피해야 할 것이다. 장 마비 증상이나 장 절제 수술을 하였다면 탄닌 성분이 있는 감(枾) 씨가 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고혈압이 있다면, 음식을 짜지 않게 먹어야 할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이 가능한 일들이다.

나의 건강을 더욱 증진시키고자 무언가 특별한 음식을 찾는 것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일일지 모르나, 물산의 풍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서 절대 결여된 영양 성분이나 약리 목적으로 섭취해야 할 음식이란 없다. 특정 음식이나 식재료에 건강을 기대하는 희망은 자칫 이기적이며, 고립된 영양 과잉이나 건강 효과는 신체의 조화와 균형을 해 칠 수 있다.

고대의 황제와 고관대작이 불로장생을 위해 수은(Mercury)을 구해 먹었다던 시대에, 은둔의 현인이었던 노자는 산 속의 평범한 음식으로 신선과 같은 수명을 누렸다. 지금 우리가 건강을 위한다고 부여잡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는 건강의 어리석은 위해로 밝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노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서 못 이룰 것이 없다 하였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에 식생활에 대해서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의 지혜가 최선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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