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들의 누드, 소통과 공감의 시대를 열다”

이재길의 누드여행(31)

피터 바쉬(Peter Basch, 1921 -2004, 독일)

20세기 초, 사진예술에서 사실주의가 시작되면서 사진의 예술적 본질이 더욱 강조되었다. 사진예술가들은 카메라 프레임에 새로운 세계를 담기 위해 끊임없는 탐구를 시작하였다. 자연과 일상의 크고 작은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 존재와 실체를 사실대로 재현한 것이다.

특히나, 예술가들은 사진을 통해 내면적 본질과 실체를 드러내고자하는 열망을 더욱 크고 구체적으로 키웠다. 전쟁과 가난으로 점철된 당시를 보라. 이런 삶의 수렁 속에서 이상을 꿈꿔온 예술가들은 사진이라고 하는 기록과 재생의 장치를 통해 인간존재가 갖는 감동적인 실체를 확인하고자 했으리라.

1930, 40년대 대중문화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배우들이 탄생한다. 바로 이것은 누드사진이 새로운 시대의 문을 활짝 여는 시발점이 됨을 의미한다.

풍만한 가슴, 그리고 굴곡진 몸매를 지닌 여배우들의 등장은 대중에게 여성이 지닌 신비로움과 환상을 더욱 크게 불러 일으켰다. 그녀들의 아주 작은 몸짓과 표정, 호흡에도 대중은 마치 자신의 귓불이라도 누군가 핥아주는 것처럼 강렬한 에로티시즘을 느꼈다.

당시 할리우드 배우들을 촬영했던 상업 사진가들은 바로 이것이다, 싶었다. 숨 막힐 듯 뇌쇄적인 여배우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예술적 실체로 승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뮤즈들은 스타가 아니라 매우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사진 속 누드모델로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큰 쇼크를 안겨주었다. 그중 독특한 사진화법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진가로 피터 바쉬를 손꼽는다.

독일에서 태어난 피터 바쉬는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사진가의 길을 걷는다. 자식이 사진에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깨달은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그는 스튜디오를 얻을 수 있었으며, 20년이 넘도록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주로 인물사진을 촬영한 그의 사진들은 당시 권위 있는 잡지사인 ‘라이프지’ ‘플레이보이지’ 등에 등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그가 누드사진이라는 새롭고도 독특한 예술세계로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다. 신비로움과 환상의 대상이 되면서 세계를 미혹시킨 여배우들. 그들이 피터 바쉬의 카메라 앞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가슴과 음부, 굴곡진 허리를 숨김없이 드러내었고, 이것은 바로 에로티시즘의 극치였다.[사진1]

특히 당시 세계적인 우상이었던 여배우 오드리 헵번도 그의 누드모델이 되어 대중의 압도적이고도 열렬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오드리 헵번, 그녀는 담담하게 벌거벗은 몸을 햇빛 속에 드러냄으로서 가장 완전한 인간의 존재성을 보여준 것이다.[사진2]

피터 바쉬는 유명 여배우들의 누드사진을 찍었지만, 누드 자체는 촬영의 목적이 아니었다. 열렬한 환대와 사랑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누드를 통해 그는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인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미적 가치를 투사하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누드. 그것은 사진에 의해서 비로소 드러나는 예술의 형체이자 본질이다. 그래서일까. 피터 바쉬의 사진 속엔 여체를 바라보는 그의 정성스런 시선이 그대로 묻어난다. 빛과 그림자에 의해 살아있는 듯한 여체의 온기가 느껴진다. 카메라 플래시 광선에 드러난 여체의 섬세한 질감은 참기 힘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특히 조명법이 남다르다. 사용하는 인공광선은 때론 강력하고 때론 부드럽다. 그럼으로써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듯 여체의 결정적인 모습을 목격하도록 만든다. 벌거벗은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인과 그가 갖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그는 거칠고 투박한 조명으로 표현한다. 요염한 자세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여인을 그는 플래시를 사용해 촬영하는데, 이를 통해 여체의 적나라한 형체와 그림자가 또 다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누드의 신비로움이 직조된다.[사진3]

피터 바쉬의 누드사진엔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인의 역동적인 포즈와 마치 말이라도 건넬 것만 같은 표정에서는 마치 비밀스럽고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담긴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그의 누드사진에선 예술의 울림과 떨림이 공존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그의 카메라 앞에서 담담히 옷을 벗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마음에 품은 용기와 예술에 대한 욕망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누드를 향한 할리우드 최고 여배우들의 깊고도 사려 깊은 이해와 인식은 오늘날까지 사진예술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30) 누드에 보이는 존재적 가치

(29) 예술의 본체로 드러나는 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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