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 보톡스 성형시장, 왜 한 때만 반짝할까

 

배지수의 병원 경영

아래 [그림 1]은 1940년대부터 2010년까지의 원유 가격의 변동 현황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에서 보이듯 원유가격은 배럴 당 20달러 선에서 유지되다가, 1973년에 50달러로, 1978년에 100달러로 두 번에 걸쳐 가파르게 폭등했습니다. 우리나라가 한창 경제 개발을 할 때였는데, 그 경제 개발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유 가격의 폭등은 1960년 창설된 OPEC 의 담합 때문이었습니다. OPEC 는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베네수엘라의 5대 석유 생산, 수출국 대표가 모여 결성한 협의체인데 원유 가격 및 생산량을 조절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자 만든 카르텔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동해안에 원유 탐사를 시작하는 등 경제 정책에 상당한 공황을 겪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OPEC 의 카르텔은 세계 경제 당사자들을 긴장시킬 만큼 강력한 기구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들은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1980년 107달러의 고점을 찍고 난 후 1990년대 말까지 지속적으로 원유 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OPEC 의 담합이 실패하는 경우

OPEC 의 카르텔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설명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담합이 실패하는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격탄력성이 높은 상품의 경우

원유의 가격탄력성은 커피, 코코아, 주석, 구리 등 보다 낮습니다. 커피나 코코아는 가격이 올라가면 안 사먹으면 되니 가격 탄력성이 높습니다. 반면, 원유의 경우 가격이 올라간다고 해도 대체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를 해야 하는 가격탄력성이 낮은 상품입니다.

위의 왼쪽 그림에서 보듯이 원유의 경우 OPEC 가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이 오르는 폭이 큽니다. 따라서 매출이 노란색 박스에서 붉은색 테두리 박스로 변화하게 되는데, 박스의 면적이 오히려 커지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OPEC 회원국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니 담합을 하고자 하는 니즈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오른쪽 그림은 커피, 코코아, 주석, 구리 등의 예인데, 이들의 가격이 올라가면 다른 대체제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는 상품들입니다. 가격 탄력성이 높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일 경우 노란 색 박스보다 붉은 테두리 박스가 면적이 작아지게 됩니다. 담합을 했을 때 그리 큰 이익이 안 생기는 경우입니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커피, 코코아, 주석, 구리 등의 산업에서도 담합이 시도되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었습니다. 반면 OPEC 의 경우 1차, 2차 석유 파동을 만들어낼 만큼 강력한 담합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카르텔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 때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 생산자의 수가 많아지면 담합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소수가 서로 협력하기는 쉽지만, 수가 많아지면 제 나름대로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OPEC 를 형성할 때만 해도 전 세계의 원유의 대부분을 OPEC 가 생산했지만, 지금은 30~40%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러시아, 북해 등 다른 지역의 원유 개발이 충분히 진척되었기 때문입니다.

OPEC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달라집니다. 쿠웨이트나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석유 생산량 담합으로 얻는 이익 보다는 미국과 친하게 지내서 얻는 정치적 안정이 더 중요합니다. 담합을 하자고 하는 이라크, 이란의 얘기가 씨알도 안 먹히는 듯 합니다.

3. 누가 담합을 깨고 있는지 감시하는 장치가 없거나, 보복 수단이 없을 때

각 나라가 원유를 실제 할당량 이상으로 생산하는지 감시를 할 방법이 딱히 없는 것도 OPEC 의 담합이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원유 가격이 폭락을 한다고 해도, 원유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 단순히 수요-공급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국의 석유 재고, 대체 에너지 개발 수준, 경제 성장률, 기후, 계절적 패턴, 전쟁, 투기 자본의 활동 등등 많은 요소가 관여되기 때문에 막상 원유 가격이 폭락을 했다고 해서 어느 누가 담합을 깨고 할당량 이상으로 생산했다고 결론짓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4. 경기가 침체되어, 수요 부족으로 인한 이윤의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할 때

담합도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경기가 침체되어 수요가 현저히 떨어져 버리면, 공급자 입장에서 남과의 의리 같은 것 생각할 겨를이 없게 됩니다. 일단 가격을 깎아서라도 나부터라도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의료 시장은 왜 담합에 실패하는가?

의료시장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어 번영하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가격 경쟁으로 몰락하는 역사가 반복되었습니다. 라식 시장, 보툭스 시장, 임플란트 시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근에는 성형외과나 척추병원 같은 전문병원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비타민 주사제 시장도 그렇게 되는 듯 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이런 상황을 보면서 “가격 경쟁은 정말 나쁜 일이다. 다 같이 죽자는 것이다. 절대 하면 안 된다.”라며 한탄을 합니다. 이 말은 암묵적 담합이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OPEC담합에 실패하는 경우 4가지를 고려해 보면 담합이 깨지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나씩 살펴 볼까요?

1. 가격탄력성이 높은 상품의 경우

생명에 필수적인 상품은 가격탄력성이 낮지만, 라식, 보툭스, 비타민 등은 있으면 더 좋고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 없는 상품들입니다.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마련입니다. 가격탄력성이 높은 상품일 수 밖에 없습니다.

2. 카르텔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 때

매년 쏟아져 나오는 의사들의 수, 그리고 늘어가는 개원의 수를 생각할 때 담합은 어려운 듯 합니다.

3. 누가 담합을 깨고 있는지 감시하는 장치가 없거나, 보복 수단이 없을 때

담합을 깨는 자가 누구인지 알기는 쉽지만, 딱히 보복 수단이 없습니다. 지역의사회 이름으로 함부로 보복했다가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큰일 나기 쉽습니다.

4. 경기가 침체되어, 수요 부족으로 인한 이윤의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할 때

경기도 경기지만, 저수가 정책으로 만년 경영난에 허덕이는 의료계 상황이 동업자의 이익을 배려하기는 사치인 듯 합니다. 나부터 일단 살자는 생각이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담합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의료 시장의 대안은?

결과적으로 의료 산업에서 참여자 모두가 가격을 자발적으로 내리지 않고, 협력을 하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듯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자는 여기서 건강식품 사업을 하는 GNC 의 모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건강식품들은 대부분이 한번 떴다가 5년이상 지속하지 못하고, 시들해져 왔던 것 같습니다. 한때 스쿠알렌이 그랬고, 이후 멜라토닌, 글루코사민, 오메가 3 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비타민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림 3]은 한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가 사라지는 라이프 사이클을 표현한 곡선입니다. 한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초기에는 혁신 수용자, 선도 수용자라 불리는 소수에게 수용되다가, 점점 입 소문이 나거나 효과가 입증되면서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수용되게 됩니다. 그러다가 상품의 수명이 다 되면 시장에서 퇴출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건강식품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강식품의 제품 수명은 5년 정도 이상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GNC 의 경우 이런 현실을 가슴 아파하기 보다는 인정을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띄우면서 사업을 영위하는 듯 합니다. 더 극단적인 예로는 영화 산업이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의 경우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수개월 밖에 안됩니다.

 

라식, 보톡스, 임플란트, 미용의학, 전문병원, 요양병원, 해외환자유치 등 여러 가지 산업이 흥했다가 쇠하게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의료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끊임없이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의료시장이 이렇게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의료 소비자의 니즈가 빨리 변한다는 점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의 부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보니 의사 선생님들이 엄청 어려운 환경에서 우리나라 의료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새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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