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물전식” 채식하려면 껍질 뿌리 다 먹어라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15)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식습관 중 건강의 유해함을 초래하는 것은 대개 ‘과함’과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넘치는 칼로리만큼 위험한 것이 과잉된 편식인 것이다. 특히 최근 유행 바람을 탄 과잉된 채식은 단백질 부족이라는 문제를 몰고 온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채식이 건강을 위한 최고의 실천 방법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영양결핍 시대에 대한 보상심리이자 육식 위주 식습관에 대한 견제 심리로 풀이될 수도 있다. 식습관에 얽힌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천과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다. 가령 심장병이나 뇌혈관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콜레스테롤에 대한 불안이 육식에 대한 과도한 방어심리로 나타나는 현상도 그렇다.

이렇게 방어 견제 심리로 나타난 채식열풍을 냉철한 눈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맹목적 채식이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버드 대학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채식주의자가 육식과 채식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수명도 짧다.

필자가 진료를 보는 사람들에게서도 일방적인 채식을 고수하는 경우, 근육량이 적으면서 체지방율이 증가하는 마른 비만현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성장호르몬과 비타민 D 등 호르몬 결핍이라는 이중적인 불건강 요소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미각과 포만감을 포기하고 선택한 채식주의가 왜 불건강의 원인이냐며 반문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현대인의 먹거리의 불균형에 그 이유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은 영양불균형, 영양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적인 영양전문가인 스티브 뉴전트는 가령 현대인이 먹는 사과는 과거 우리 선조들이 먹던 사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양소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화학비료, 농약, 과잉경작, 지력의 쇠퇴, 긴 유통과정 등 다양한 이유에서 현대인의 먹거리는 과거의 먹거리에 비해 영양소가 점점 비어간다 것이다. 결국 이런 현대적 먹거리 상황에서 채식을 시도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도시 거주민들에게 채식이 위험한 이유는 식자재의 긴 유통 과정도 한 몫 한다. 채소나 과일의 영양소는 밭이나 과수원에서 캐내기 직전에 최고의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 과수원에서 따낸 후 하루만 지나도 절반의 영양소가 달아난다. 또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산화되어 몸에 위해를 가하는 음식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셀레늄 부족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 토양이 비옥하던 시절 거의 모든 야채들에는 풍부한 셀레늄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트에서 구입하는 야채에서는 극히 미량의 셀레늄이 함유돼 있을 뿐이다. 셀레늄은 몸 안의 유해산소를 없애는 강력한 항산화(抗酸化) 효소인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제의 구성 성분이며 면역기능을 높여 암을 예방하는 중요한 영양소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셀레늄 결핍 국가로 지정되어 있다.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등에 많이 든 셀레늄은 앞서 지적한 이유 탓에 평균적인 식사만으로는 하루 필요량을 모두 채우기 힘든 영양소가 되고 말았다.

채식의 반대급부로 고기나 생선을 많이 먹으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식탁에서 채소와 과일,

견과류 섭취 양을 늘리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채식과 반 채식의 갈등 속에서 어떤 식사법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오키나와 장수노인들의 식사방식이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그들은 푹 삶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또 훈자 지방의 장수 노인들이 양젖을 이용해 만든 라시라는 발효유를 즐긴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채소와 현미밥, 각종 견과류, 해조류, 과일 등이 주를 이루는 밥상에 일주일에 두세 차례 안전하고 품질 좋은 육고기(최근 방사해 키운 유기농 축산물이 늘고 있다), 생선, 어패류를 올리는 것이 식탁의 기본을 지키는 비결이다.

채식을 선호한다면 매크로 비오틱을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크로 비오틱은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에 가깝다. 필자는 매크로 비오틱의 전체 입장을 따르기 보다는 자신만의 영양 설계에 있어 매크로 비오틱의 원리들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매크로 비오틱은 ‘일물전식’의 원칙을 취한다. 가령 사과를 먹더라도 껍질을 버리지 않고 먹는 것이다. 당근이나 감자의 표면도 필러로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

매일 일상적으로 밥상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매크로 비오틱은 열무김치나 총각김치이다. 무를 먹을 때도 무만 먹는 것이 아니라 무청을 함께 먹어야 한다. 배추도 배추 잎만 먹는 것이 아니라 배추뿌리까지 함께 먹어야 올바른 영양 섭취법이다. 매크로 비오틱의 요리는 천연식품에 거의 손대지 않고 깨끗이 씻어 조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장수보고서에서 산사의 스님들이 가장 장수하는 집단으로 발표된 바 있다. 그들의 건강비결 가운데 하나도 분명 철저한 채식일 것이다. 하지만 사찰식은 자칫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분을 채워 넣은 정제된 균형식에 가깝다. 채식을 실천하자면 그에 따르는 남다른 정성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영양 문제에 대한 과학적이고 총체적인 분석 없이 무모하게 행하는 채식은 수명을 줄이고, 각종 건강 문제에 봉착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채식을 원한다면 영양을 생각하라는 것이 필자의 권고이다. 채식은 건강한 인생으로 가는 최고의 동지가 될 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채식은 ‘건강식’이라는 맹목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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