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자가 진단, 되레 병원 더 찾게 될 수도

 

김치원의 ‘지금은 디지털헬스 시대’

 

디지털 헬스케어 과연 비용효율적인가?(1)

디지털 헬스케어의 존재 가치 중 하나는 날로 늘어만 가는 의료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GDP의 15%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 인구 고령화로 인해서 의료비 부담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서 굳이 병원을 찾거나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질병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의료 비용을 줄여준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현 시점에서의 디지털 헬스케어의 비용 효용성에 대해서 1, 2편으로 나누어 알아보겠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투자비의 몇 배에 달하는 의료비를 절감해 줄 수 있다는 비용 효과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잘 설계된 비용 효과 연구 결과는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널리 신뢰를 받습니다. 그런데 모든 연구가 그렇듯이 일정한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아직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한계가 더욱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디지털 헬스케어의 효용은 개별 제품 별로 차이가 클 것이기 때문에 효용이 실제보다 낮을 것이라는 평가는 힘듭니다. 따라서 추정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많을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비용 효용성이 낮을 가능성에 대해서 먼저 검토해 보겠습니다.

검진을 부추겨 비용이 더 든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일반인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세상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더 많은 장비를 이용하게 되고 평상 시에 더 많은 검사를 실시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많은 검사를 실시하게 되면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됩니다. 질병이 있었지만 모르고 있었던 환자를 찾아내고 치료하는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줄 수 있는 혜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검사 상 이상이 있는 것과 질환이 있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검사를 받은 환자들에 대해서 검사 상 이상 유무와 질환 유무를 가지고2×2표를 만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 질환이 있는 사람 중에 검사에서 발견되는 경우를 진짜 양성, 즉 진양성(True positive)라고 하며 실제로는 질환이 없지만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를 가짜 양성, 즉 위양성(False positive)라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검사라 해도 위양성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직접 이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는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문 장비보다는 위양성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가 널리 보급되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검사를 실시하게 되면 진양성도 많이 발견되지만 위양성도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1차 검사에서 이상이 나온 환자들은 확진을 위해서 복잡한 2차 검사를 받게 됩니다. 즉,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가 없었다면 굳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을 사람들이 2차 검사를 받게 되며 이로 인해 더 많은 검사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2차 검사는 의료 비용을 높인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검사 종류에 따라서는 환자가 검사 과정에서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AliveCor혹은 Car같은 휴대용 심전도 장비를 개인들이 구입하여 널리 사용하게 되면 실제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서도 심전도 이상이 더 많이 발견될 것이며 그런 결과를 받아 든 사람들이 병원을 찾게 됩니다. 그 중 상당수는 의사가 심전도를 보고 추가 검사 없이 별 문제 없다고 판정할 수 있겠지만 일부는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밀 검사 중 CT처럼 흔히 시행하는 검사도 조영제 부작용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장 혈관에 대한 정확한 검사인 심혈관 조영술 같은 검사는 출혈, 혈관 손상, 심장 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건강 검진 검사 및 각종 처치들이 얼마나 의학적 근거가 있는 지를 평가하는 미국 예방 진료 특별 심의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의 권고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심의회에서는 심장 혈관 질환의 가능성이 낮은 환자에서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뇨, 고혈압, 흡연 등 심장 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를 확인하는 것에 비해서 추가 이득이 없으며 오히려 추가 검사나 처치로 인해서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의회의 권고 사항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심전도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셈입니다.

필자가 맥킨지에서 근무하던 시절, 일년에 한번 비용 제한 없이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입사 첫해에는 기본 검사만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젊기 때문에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건강 검진 센터의 만류를 뿌리치고 암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하는 PET 검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함께 일하던 팀장은 PET 검사에서 암일 가능성이 있는 무엇인가 발견되었습니다. 추가로 복부 CT를 찍었지만 암 여부를 확실하지 않은 덩어리가 발견되었고, 위치 때문에 조직 검사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술을 하기로 했고 전신 마취 하에 몇 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덩어리를 제거하였습니다.

수술 후 병리 검사 결과에서 암이 아니고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양성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건강 검진에서 PET를 시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는데 그 팀장은 검사 한번 받은 것 때문에 졸지에 전신 마취에 수술까지 받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수술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수술에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내 돈 내지 않는다고 섣불리 검사를 받을 일이 아닌 셈입니다.

즉, 디지털 헬스케어의 도입으로 인해서 불필요한 검사가 이루어져 의료비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불필요한 검사로 인해 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모든 종류의 검사에 따르는 문제이며 기술 전문가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정확성이 높아진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파급이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치료로 비용이 더 든다

앞에서 진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 기기를 사용해서 질병을 진단받고 손쉽게 치료받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것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큰 혜택입니다. 하지만 치료비를 내야 하는 보험회사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원격진료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되었고 현재 최대 규모의 원격진료 회사라고 하는 Teladoc은 홈페이지에 대상 질환을 명시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감기, 호흡기 감염, 요로 감염, 알레르기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감기, 요로 증상, 피부 질환이 가장 많은 환자들이 방문하는 원인 질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감기는 굳이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증상이 너무 심해서 이상 생활을 방해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폐렴과 구별하기 힘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격 진료가 없었다면 약국에 가서 일반 감기약만 먹고 말았을 사람들이 원격 진료를 이용하고 처방전을 발급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원격진료 업체들은 원격진료의 대안이 Urgent care clinic이나 응급실 진료이기 때문에 많은 의료비를 절약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일반 약만 먹어도 되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받는 등의 대안은 오히려 진료비를 더 발생시키게 됩니다.

이는 원격진료라고 하는 의료의 공급이 수요를 유발하는 일종의 유도 수요(induced demand)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개인은 약국 가서 종합 감기약 사먹는 대신에 손쉽게 의사의 진료를 받고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 받아 복용했기 때문에 행복하겠지만 의료비는 늘어나게 됩니다.

원격진료 이외의 영역에서도 유도 수요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강할 때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한다는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의 특성 상, 건강한 상태와 질병이 발생한 상태의 중간 상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될 것입니다. 그 가운데 질병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할 방법이 있는 상태도 있겠지만, 그럴 방법이 없는 것도 많이 발견될 것입니다. 그러면 한번이라도 더 병원을 찾고 의사를 만나게 되기 마련입니다.

아직 치료법이 없는 유전 질환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조기에 유전 질환을 진단받았을 때, 어차피 치료 방법이 없다면 그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개인은 불안에 시달리면서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소소한 증상 하나하나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디지털 헬스케어의 비용효용성에 대한 다른 측면에서의 검토는 다음주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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