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 혁신, 당신도 당장 할 수 있다”

 

배지수의 병원 경영

“너는 MBA까지 하고 컨설팅 회사 경력도 있으면서, 결국 요양병원을 운영하니?”

“좀 더 멋있는 아이템을 하지 않고 왜 요양병원을 시작했을까?”

의과대학 동기였던 한 친구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 친구가 말한 ‘좀 더 멋있는 아이템’은 아마도 아이폰, 페이스북 같은 첨단 IT 상품이나, 줄기세포, 제대혈 은행, 의료관광 같은 뭔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낸 혁신가들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사업 아이템을 찾을 때 기존에 없는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이들은 선발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이나 블루오션(Blue Ocean)을 거론합니다.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제시한 경우는 스티브잡스가 가장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대형 컴퓨터만 존재하던 시절에 퍼스널 컴퓨터 시장을 열었고, 지금은 아이폰과 아이튠을 통해서 스마트 폰과 음원 시장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스티브잡스의 천재성은 새로운 제품 산업을 일으킨 면에서도 대단하지만, 유저인터페이스의 혁신으로도 대단한 측면이 있습니다. 입력 도구가 자판밖에 없던 시절에는 마우스를, 이후에는 아이폰을 만들어 내면서 손가락으로 건드리고 문지르는 터치 방식을 상용화 시킨 것이 영웅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화려합니다. 그러나 비즈니스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아보면 반드시 새로운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 때만 혁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혁신의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가치 혁신 (Value Innovation)

혁신이라고 할 때 반드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기 보다는,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달성하는 혁신입니다.

현재 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이 LED 를 최초로 개발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일본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삼성이 먼저 TV 에 적용하여 상업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반드시 기술적 측면에서 혁신을 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존재하는 기술 범위 내에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케아(IKEA)의 경우도 고객의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창출된 비즈니스입니다. 기존의 가구 산업은 생산자가 가구를 조립하고 판매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IKEA 는 가구의 부품을 판매만 하고, 조립 과정을 소비자에게 넘김으로써 ‘가격 인하’라는 가치와 ‘스스로 하는 재미(Do it yourself)’ 라는 가치를 새롭게 창출했습니다.

홈디팟(Home Depot)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기존의 인테리어 산업은 인테리어 자재를 판매하고 직접 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홈디팟은 자재만 판매하고 시공 과정을 소비자에게 넘김으로써 이케아와 마찬가지로 ‘가격 인하’ 가치와 ‘스스로 하는 재미 (Do it yourself)’ 가치를 새롭게 창출했습니다.

2. 비즈니스 모델 혁신 (Business Model Innovation)

한편 비즈니스 모델을 고쳐서 혁신을 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입니다. 이들은 허브공항을 이용하는 대신 소규모 도시의 공항을 이용해서 공항 이용료를 낮추었습니다. 또 모든 비행기를 한가지 기종만 채택해서 비행기 정비의 효율성을 극대화 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대표적 성공 사례입니다.

DHL 같은 비즈니스는 기존의 우체국 비즈니스를 개선한 사례입니다. 기존의 우체국도 물건 배달을 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언제 도착할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물건 배달은 공공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지만, DHL 은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unmet needs)를 찾고 개선함으로써 민간 영역으로 사업을 창출했습니다. 가격을 비싸게 받는 대신, 고객들에게 언제 배송될지, 현재 어디쯤 배송되고 있는지 시시각각 알려줌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높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유통구조의 혁신

최근의 신 사업들을 보면, 마켓플레이스(Market place)를 만드는 것이 좋은 사업 모델인 듯 합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하여 이세상 어디엔가 공급자가 존재하고, 또 다른 곳에 수요자가 존재합니다. 이 둘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 새로운 혁신 기회가 있는 듯 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우버(Uber)택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자동차가 있고, 여유시간이 있습니다. 여유시간에 자신의 자동차를 활용해서 돈을 좀 벌고 싶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추울 때 길거리에서 잘 잡히지 않는 택시를 잡느라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둘을 이어주는 서비스가 Uber 서비스 입니다.

비슷한 예로 에어비앤비(Air B&B) 가 있습니다. 우리 집에 빈 방이 있는데, 이 방을 활용해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호텔 숙박비는 비싸다며 저렴한 숙소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둘을 이어주는 서비스가 에어비앤비입니다.

쿠팡이나 위메이크프라이스 같이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공동 구매, 잡코리아 같은 구직 사이트, 예스 24 같은 인터넷 서점 등도 마찬가지로 공급자와 수요자를 이어주는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 입니다. 인터파크는 파출부 서비스를 마켓플레이스 상에서 구현해냈습니다.

최근에 워렌버핏이 투자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넷젯(NetJet)이라는 회사는 자가용 비행기를 회원제로 공동 소유하도록 비즈니스를 창출했습니다. 자가용 비행기가 비싸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이 있고, 또 자가용 비행기를 가져 봤자 일년 중 몇 일밖에 못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둘을 이어주는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GE 같이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꿈으로 혁신을 달성하는 조직 혁신, 도요타의 꾸준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추구하는 오퍼레이션 혁신 등도 있습니다.

아내 친구들 중에는 대대로 사업을 해서 부잣집에 시집을 간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물어보면 시아버님이 무슨 사업을 하시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그냥 어떤 대기업에 납품하시는데. 자동차에 들어가는 볼트를 어떻게 하는 거래.”

보통 보면 이런 사업들이 매력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 복잡한 제조 과정 중에 어느 한 구석에 위치해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진입장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오래 오래 높은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혁신이라고 할 때 꼭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분야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보다는 현재 운영하는 비즈니스의 오퍼레이션 단계 단계에서 개선할 점이 없는지, 그리고 고객의 미충족 니즈 (unmet needs)는 없는지 세심하게 관찰해 보면 혁신의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듯 합니다.

기존의 수많은 쇼핑몰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저가 판매라는 가치를 찾은 월마트, 기존의 수많은 햄버거 가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일한 브랜드와 품질로 신뢰성을 얻은 맥도날드, 마케팅 측면에서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서 범용재(Commodity) 에 불과한 치약에 고객경험을 담아 넣은 P&G 같은 기업들의 창의성을 눈 여겨 봐야 할 듯 합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도 혁신을 추구하려고 노력합니다. 병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아플 때 찾아갔다가 치료받고 퇴원하는 병원은 급성기 병원(Acute hospital)이라고 합니다. 한편, 요양병원 같이 지속적이고 장기간 입원 치료가 필요한 병원은 만성기 병원(Long-term care hospital)이라고 합니다.

우리 병원은 초창기부터 전문의를 수료하고 전임의 과정까지 마친지 얼마 안 된 젊은 의사들로 구성함으로써, 주변 대학 병원에 중한 환자들도 잘 본다는 메시지를 열심히 전달했습니다.

그 결과 주변 대학 병원에서 상대적으로 중한 환자들을 저희 병원에 소개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로써 급성기와 만성기 사이의 아급성기(Sub-acute) 환자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결과적으로 우리 병원의 마켓 포지션은 급성기와 만성기 사이에 위치함으로써, 차별화에 성공한 듯 합니다. 이 역시 마케팅 및 오퍼레이션의 혁신인 듯 하여 나름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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