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유산균 제품… ‘진짜’를 고르는 법

 

박용우의 착한세균 톺아보기(3)

결정장애에 빠져있는 현대인들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로 고민했지만 현대사회를 살고있는 우리들은 매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를 고르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수입맥주도 엄청나게 들어와서 “결정장애”를 더욱 부채질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반을 가득 매운 다양한 유산균 관련 제품 중에서 내게 맞는 제품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TV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유산균 제품도 10여 종이 넘다보니 채널을 돌려가며 아무리 정보를 얻어내고 공부해도 내가 “햄릿증후군”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선택이 어렵습니다.

유산균은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해주는 착한 세균입니다. 과거에는 김치나 요구르트 같은 발효음식만 먹어도 장내 세균의 균형을 잘 유지해왔지만 식생활이 달라지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요즘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설탕이나 흰밀가루 같은 정제가공식품의 섭취가 늘면서 좋은 세균과 나쁜 세균의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과음과 스트레스, 이로인한 장의 과민성 설사, 비만 등도 균형을 깨뜨리는데 한몫을 합니다. 무엇보다 장내균형을 깨는 가장 큰 요인은 항생제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생제에 꾸준히 노출되어 오다보니 장내세균의 불균형이 일찍부터 나타납니다.

과거보다 유산균을 더 많이 챙겨먹어야 하는데 김치는 나트륨 때문에 적게 먹으라고 하고 요구르트는 당분 함량이 높아 무턱대고 많이 먹기가 꺼림직합니다.

결국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선택해 꾸준히 먹는 것이 현재까지는 최선의 방법인데…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나다보니 좋은 제품을 선택하기가 더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 vs 프리바이오틱스, 무엇이 다를까?

프로바이오틱스와 헷갈리기 쉬운 단어가 또하나 있습니다. 바로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인데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둘다 장내 좋은 세균의 증식을 도와줍니다.

지난 칼럼에서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을 포함한 살아있는 유익균을 의미한다고 했지요. 프리바이오틱스는 섭취했을 때 장내 유익균의 성장과 활동을 촉진시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1) 위산과 소화효소에 저항해서 소화되지 않아야 하고, 2) 장내 유익균에 의해 발효되어야 하며, 3) 장내 유익균의 증식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대장에 살고 있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눌린, 푸룩토올리고당, 폴리덱스트로스 같은 식이섬유와 올리고당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프리바이오틱스를 공급할 경우 곧바로 장내 비피더스 균수가 증가하고, 공급을 중단하면 빠르게 숫자가 감소합니다. 장내 유익균은 프리바이오틱스를 발효시켜 짧은사슬지방산(SCFA)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장세포의 영양분이 됩니다. 함께 공생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한단 얘깁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돼지감자, 치커리, 아마, 바나나, 마늘, 양파, 콩, 두부 등에 많이 들어있습모유에도 비피더스균과 함께 모유올리고당이 분비되어 아기의 장 속에 유익균이 잘 생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비피더스균의 숫자를 늘려주는 것 외에도, 칼슘흡수를 돕고 배변량을 늘려주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시중에 돼지감자를 “천연 인슐린”으로 부르면서 당뇨환자에게 좋다고 홍보하던데 돼지감자에는 인슐린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대신 이눌린이 아주 풍부해서 이것이 프리바이오틱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에 대사질환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신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복용하면 어떨까요? 쉽게 말해 유익균과 그 먹이를 함께 포장한단 얘깁니다. 이렇게 할 경우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될 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도 됩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보존기간이 더 길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장내 유익균의 증식을 돕는 작용이 훨씬 커지는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s)가 나타나겠지요. 신바이오틱스(synbiotics)의 syn-은 “시너지”에서 나온 말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함께 들어있는 제품을 신바이오틱스라고 합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락토바실러스균은 위산과 담즙산에 견딜 수 있게 코팅 처리를 해서 복용하면 그럭저럭 소장에 안착합니다. 그런데 대장에 주로 서식하는 비피더스균은 산소가 희박해야 사는 데다 대장까지의 여정이 너무도 멉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락토바실러스균보다 비피더스균의 증식에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할까?

지난 칼럼에서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조건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조건에 맞는 제품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합니다. 머리만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불평하는 분들도 계셨지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선택 기준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선택 기준은 살아있는 유산균의 숫자입니다.

식약처에서는 일회 복용량에 1~100 억 CFU(유산균을 세는 단위로 그냥 ‘마리’로 이해해도 됩니다)의 유산균이 들어있으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으로 인정해줍니다. 제품 겉표지에 [영양 기능정보]를 보면 “1억 CFU 이상”, 혹은 “100억 CFU 이상”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1000억 CFU 이상 들어있는 제품을 만들어도 [영양 기능정보]에는 “100억 CFU” 이상으로 표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100억 CFU를 훌쩍 넘는 제품을 만들 이유는 없겠지요. 문제는 이 “100억 CFU 이상”의 의미가 유산균의 투입량이 아니라 유효기간 내에 잔존하고 있어야 하는 살아있는 유산균의 양입니다. 일반적으로 영양제의 유통기간은 2년입니다. 2년 까지 100억 CFU를 유지하려면 제품을 만들 때 500억~1천억 CFU를 넣어야 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생기고 보관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멸하는 균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1년이 지나면 반 이상이 이미 소실됐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100억 CFU를 “투입”했다고 선전하는 제품의 [영양기능정보]를 보면 “1억 CFU 이상” 혹은 “10억 CFU 이상”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영양기능정보에서 잔존량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 선택 기준은 유산균 균종입니다.

락토바실러스균과 비피더스균은 김씨와 박씨처럼 아예 성(性)이 다릅니다. 그런데 성이 같은 락토바실러스 액시도필러스,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등도 성질이 조금씩 다릅니다. 위산이나 담즙산에 특히 강한 놈도 있고 열에 강한 놈도 있습니다. 장부착력과 생존력도 균종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유해균의 증식을 막는 능력이 뛰어난 놈이 있는가 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신진대사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큰 놈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균종이 다양할수록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나게 됩니다. 균종이 다양하게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단 얘깁니다. 일단은 락토바실러스균 2종 이상, 그리고 비피더스균 1종 이상이 들어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균종이 많을수록 좋은 제품일까요?

식약처에서는 하루 복용량을 1억~100억 CFU로 정해놓았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10억 CFU 이상을 복용해야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각각의 균종이 10억 CFU 이상 들어있는 제품이 가장 좋겠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균종마다 배양조건과 배양시기가 다른데다 함께 배양하게 되면 일부 균종들이 더 우세하게 증식하여 균형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효과를 가늠하는 가장 큰 차이라 생각합니다. 장부착력이 우수하고 내산성이 강하면서 장건강 개선, 면역기능 개선이 탁월한 놈들이 충분히 들어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무조건 균종이 많다고 좋은 제품이 아니란 얘깁니다. 각각의 균종이 10억 CFU 이상(그러려면 투입량은 50~100억 이상) 들어있어야지 몇몇 균종만 숫자를 맞추고 나머지는 소량 투입하여 생색만 낸 제품이라면 균종 숫자가 적더라도 충분히 투입한 제품보다 나을게 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제품의 경우 살아있는 균의 잔존량을 맞추기 위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은 약하지만 열에 강하고 생존력이 높은 균종을 대부분 넣고 나머지 균종은 소량 넣어 생색만 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지금은 이런 제품이 없겠지요?).

세 번째 선택 기준은 함께 들어간 성분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앞서 프리바이오틱스에 대해 설명했는데 프리바이오틱스가 함께 있다면 장내 유익균 증식, 특히 비피더스균 증식에 시너지효과를 냅니다.

그밖에도 제조회사, 유산균 원료공급회사, 유산균 코팅 여부, 제형(캡슐, 포) 등도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설명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무조건 코팅유산균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습니다. 위산과 담즙산에 살아남게 하려면 코팅이나 마이크로캡슐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코팅과정에서 균들이 사멸하거나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코팅없이 내산성이 강한 균종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유산균은 온도, 습도, 산소에 민감하기 때문에 개별포장한 제품이 더 좋지만 가격상승의 부담이 있습니다. 냉장보관을 하면 살아있는 균들의 유지기간을 늘릴 수 있지만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선택하는 혜안이 생겼나요? 그래도 제품이 워낙 많다보니 “결정장애”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쉽지 않지요?

다음 칼럼부터는 착한세균들이 우리 몸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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