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피할 수 없는 술… 마시되 살 안찌는 법

 

박민수 원장의 거꾸로 건강법(9)

연말연시 술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뱃살 고민도 늘어난다. 해가 바뀌고 술자리가 줄어들면 늘어난 뱃살도 원상 복귀되면 좋으련만 뱃살은 한살 늘어난 나이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고 허리둘레에 정착한다. 통상적으로 살찔 우려가 있는 음주량은 하루 맥주 1캔, 와인 2잔, 소주 2잔이며 여자는 이것의 반이다. 대한민국 30, 40대의 복부비만의 가장 큰 적은 뭐니 뭐니 해도 잦은 술자리이다. 연이어 잡힌 회식 스케줄은 비만 극복 의지를 꺾게 만드는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건강과 체중을 위해서는 술을 먹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술 먹고 살을 빼는 것은 가능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담배 끊기를 제대로 성공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듯 술을 즐겨하면서 체중을 감량한 사례를 목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의 대사 과정을 이해하면 술 먹고 살을 빼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술은 빈 칼로리이다. 칼로리는 1g당 7kcal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4kcal에 비해 높지만 몸에서 지방으로 축적되지 않는다. 오로지 활동 에너지로만 쓰일 뿐이다. 그렇다면 술이 어떻게 살을 찌우게 한다는 것일까?

‘두주불사’ 김 과장 vs ‘맥주병’ 이 과장

같은 직장에 다니는 김 과장과 이 과장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 김 과장은 타고난 두주불사로 소주 두병 정도를 마셔도 탈이 없고, 이 과장은 소주 반병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영업파트인 이 과장은 술을 못 마시는 자신이 부끄러웠고 생각과 술 잘 마시는 김 과장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이들이 검사를 받고 결과를 확인한 날, 놀랍게도 주량이 약한 이 과장의 간 기능은 정상인 반면 두주불사 김 과장의 간 기능은 정상치의 두 배 정도로 지방간 소견을 지나 알코올성 간염의 위험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알코올 분해 능력이 좋은 사람은 간이 한계에 이를 때까지 알코올 분해효소가 기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간경변이 오기 쉽다는 역설적인 건강 상식을 보여주는 예이다. 김 과장은 전형적인 한국 주도 문화의 희생양이다. 자신의 주량을 과신한 결과가 오히려 질병으로 연결된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피로감이 심해졌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두주불사’ 김 과장이 ‘맥주병’ 이 과장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이 또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허리둘레와 체지방률이었다. 김 과장의 허리둘레는 무려 38인치, 체지방률은 정상 남성의 두 배인 35%에 달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과장의 강력한 주량에는 알코올분해효소의 탁월한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알코올의 분해도우미인 넉넉한 체지방도 한몫하고 있었던 것이다. 복부지방은 알코올을 일시 저장했다가 서서히 풀어놓는 역할을 한다.

4차까지 회식, 지방 1kg 축적

그렇다면 김 과장의 과음과 복부지방의 증가사이에는 어떠한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인가? 김 과장의 이야기를 토대로 회식장소에 따른 영양 칼로리를 계산해 보았다.

1차 삼겹살 집-소맥을 먹으면서 끊임없이 삼겹살을 흡입한다.

2차 치킨 집-치킨과 노가리를 쉴 틈 없이 입으로 나르다.

3차 노래방-노래를 부르면서 끊임없이 캔 맥주를 마시고 땅콩과 오징어에 연신 손이 가다.

4차 해장국집-소주 한두 잔을 마시면서 해장국 한 그릇을 뚝딱한다.

김 과장의 4차까지의 칼로리 섭취량은 일반 여성 섭취량의 3일 분 6000kcal에 육박한다. 하루 저녁 회식으로만 거의 지방 1kg을 몸속에 축적한 셈이다. 이것이 바로 술과 안주가 합작하는 놀랄만한 비만형성효과이다.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뇌에서는 배가 부르다는 신호로 음식섭취를 조절하는 포만중추의 조절능력을 마비시킨다. 이에 따라 술을 안 먹었을 때의 음식섭취보다 훨씬 많은 양의 섭취를 가능하게 한다. 중독이 중독을 부르는 일명 ‘중독 꼬리물기’ 현상이다. 술을 먹게 되면 담배를 더 많이 피게 되거나, 담배를 끊었던 사람도 한 두 개비 담배의 유혹에 넘어가는 이치이다.

술을 분해하느라 간이 쉴 틈 없이 움직이면 같이 섭취한 안주는 적절한 대사과정을 거치지 못 한채 체지방으로 대거 축적된다. 게다가 상당시간 동안 활동에너지를 술로써 사용하니 몸속의 지방을 사용할 기회는 애초부터 없는 셈이다.

절주, 즉 적당하게 마시기가 최고의 건강비법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그나마 ‘술 먹으면서 살 빼는 올바른 술과 안주 사용법’을 알아본다.

술 먹으면서 최대한 살찌지 않기

1. 연속으로 먹지 말라. 반드시 술을 먹지 않는 술 휴일을 지정하라.

2. 물을 많이 먹어라. 물은 술을 희석시킬 뿐 만 아니라 잦은 자리이석으로 술에 과도하게 빠져드는 것을 막아준다.

 
3. 술에 대한 명확한 대응방식을 선택하라.

-술만 주로 먹기 : 술 먹기 전에 안주나 밥을 먹고, 이후부터는 주로 술만 마신다.
-안주 반식: 다른 사람과 똑같이 안주를 먹되 양은 절반만 먹는다.

4. 술자리에서 안주만 먹지 말라. 술을 안 먹는 대신 안주만 먹다 오는 사람이 있다. 1차에서 식사를 했으면 다음에 나오는 안주들은 무시하라.

5. 차수를 제한하라. 같은 그룹과의 술자리가 2차, 3차로 길어지다 보면 인간관계의 유익성도 많이 감소된다. 미련을 남길수록 더 좋은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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