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삼성은 지금 어디쯤 있나

 

김치원의 ‘지금은 디지털헬스 시대’

모바일 기기 및 OS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 그리고 삼성 모두 모바일 헬스케어를 차기 시장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11월에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는 삼성의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S.A.M.I. (Samsung Architecture for Multimodal Interactions)에 헬스케어가 포함된다는 식의 기본 골자만 발표했었는데, 이번에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Samsung Digital Health Platform’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일면 상세한 내용을 내놓은 것입니다.

먼저 여러 발표 내용 가운데 협업 파트너들을 발표했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본격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파트너가 많습니다. 구글핏(Google fit)의 경우, 피트니스 서비스 플랫폼에 가깝고 애플 헬스킷(Apple Healthkit)은 피트니스에 더하여 진료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 역시 의료기관은 물론 웰닥(WellDoc)과 같은 당뇨 관리 서비스에서부터 프리벤티스(Preventice)와 같은 심장 모니터링 장비 및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애플 헬스킷은 최초 발표 당시 유수의 의료기관인 메이요 클리닉과 전자 의무기록 회사인 에픽(Epic),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파트너로 언급했습니다. 발표 자료에는 여러 의료기관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공식 파트너는 아니고 에픽의 전자 의무기록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사실 발표 당시에 어떤 파트너들을 내세웠는지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삼성은 헬스케어 플랫폼 출범 사실을 애플보다 빨리 발표했지만 애플이 이미 헬스킷 플랫폼을 가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파트너사를 언급했다는 점은 많이 뒤쳐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애플과 같은 본격적인 의료 시장을 노리면서 가급적 다양한 파트너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표된 파트너 가운데 EMR 회사가 없다는 점은 이채롭습니다. 애플의 경우 발표 시에 파트너를 몇 군데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EMR 회사인 에픽은 포함시켰습니다. 반면 삼성은 매우 다양한 파트너들을 발표했음에도 EMR 회사가 없습니다. 본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관의 의료진들과의 협업이 되는 전자의무기록이 중요합니다. 삼성이 이 사실을 모를 리는 없고 아직 에픽에 버금갈만한 메이저 EMR 회사와의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파트너 회사들과의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모바일헬스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과 웰닥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모바일을 통해 의사의 처방을 받고 보험 적용되는 당뇨 관리 서비스 블루스타(BlueStar)를 출시한 웰닥과 삼성의 협업을 통해 차세대 당뇨병 관련 장비 및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웰닥은 FDA 승인을 받았고 의료보험의 적용까지 받는 매우 발전된 당뇨 관리 프로그램입니다. 당뇨병과 관련된 가장 발전된 모바일 서비스라 여겨집니다. 애당초 애플 헬스킷과 협업한다는 발표가 없어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삼성을 파트너로 택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헬스 플랫폼의 강자가 되어버린 애플에 끌려 다니는 것 보다 앞으로 웰닥의 자사 서비스를 잘 활용해 줄 수 있는 삼성을 택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헬스케어 관련 웨어러블 제품의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는 심밴드(Simband)의 레퍼런스 디자인을 공개한 것입니다. 지난 5월에 컨셉 디자인만을 발표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실제 제품의 형태를 내놓은 것입니다. 심밴드는 일종의 프로토콜로서 삼성이 이 기기 자체를 독립된 제품으로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해 실제 이런 형태의 제품으로 출시될 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심밴드의 기능을 살펴보면 뒤쪽과 스트랩에는 심장박동수 센서, 가속도계, 체온 센서, 혈압 센서, 땀 배출량 측정 센서,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 센서 등 총 6개의 센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센서들은 모듈처럼 탑재돼 있어 필요에 따라 더할 수 있고 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밴드는 스마트워치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굳이 애플워치와 비교하자면 일반적인 모바일 장비라기 보다는 전문 의료 장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삼성은 심밴드가 앞으로 내놓을 자사의 특정 제품이 아니며 일종의 레퍼런스 제품이라고 선을 그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삼성이 심밴드를 처음 발표했을 때는 다른 제조사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발표한 파트너 회사 가운데 제조사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심밴드는 앞으로 삼성이 내놓을 각종 웨어러블에 탑재되는 의료 관련 기능의 레퍼런스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애플뿐 만 아니라 삼성도 세계최대의 의료 시장인 미국에 중점을 두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헬스케어의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파트너 회사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의료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또한 위의 심밴드 프로토콜 타입 제품을 발표하여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밴드수준을 넘어 의료기기에 가까운 웨어러블을 본격적으로 내놓겠다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 같은 삼성 디지털헬스 사업의 기본 방향은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강력한 플랫폼 구축 경험이 있고 이미 헬스킷이라는 훌륭한 플랫폼 운용을 하고 있는 애플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최근에는 삼성 디지털 헬스와 관련한 소식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병원(UCSF)를 비롯한 연구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삼성 디지털헬스 사업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가 실행력 부족이나 파트너 섭외 지연 때문이 아닌, 유용하고 획기적인 더 좋은 결과를 담기 위함임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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