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치료를 왜 해? 혼란스런 의료현장

 

3년전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A씨는 얼마 전 대장암 재발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PET-CT 검사를 받고 임파절 전이를 동반한 갑상선 암으로 진단을 받았다(사진). 문제는 A씨의 생각에 요사이 뉴스에서 무증상 갑상선 암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그냥 지켜보자는 것이다. 암이라는 것이 증상이 있고 나면 상당한 진행이 있고 난 후라 누차 설명을 해 보아도, A씨는 요지 부동이었다.

진료실에서 마주한 환자의 결정이 매우 곤혹스러울 때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갑상선암의 과잉진단/과잉진료 논란도 뜨겁다.

초음파 검사의 보편화로 초기암이 많이 진단되었는데도 암 사망율이 줄지 않으니 초기암을 진단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는 주장이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초기암 진단이 갈수록 증가하는데도 암 사망율이 줄지 않는 것은 진행된 암환자도 많이 증가했다고 볼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선 참으로 혼란스럽고 판단이 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과잉진단•과잉진료 논란’에 대해 의료를 바라보는 편견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실, 초기암 진단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증상이 있고 난 뒤에 진단하고 치료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에 근거할 것이다. 그러나 갑상선 암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암은 증상이 있고 난 뒤에 발견하면 암이 많이 진행한 후의 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진행된 갑상선 암의 치료가 초기 갑상선 암에 비해 매우 어렵다는 것도 상식이다. 이즈음에 초기암 진단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초기 갑상선암의 진행여부를 현재로서는 예측할 방법이 없다’는 것으로 그 판단의 근거가 후퇴한다.

즉, 초기 갑상선암은 이후 진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이 둘을 구분할 방법이 없으니 발견하지 말자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진행한 후에 불리한 상황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 환자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건강이란 사전적으로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일컫는 말로 정의되며, 질병이 없는 상태와는 다른 의미이다. 그렇다면 질병의 정의는 무엇일까? 질병의 정의를 내리는 일은 건강보다는 상당히 어렵다. 아마도 이는 질병의 정의에 사회적, 경제적 함의가 포함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1997년 미국 당뇨병 학회가 당뇨병 진단기준인 공복혈당 140mg/dL을 126mg/dL 로 낮춰 진단기준을 새롭게 제시한 바 있다. 건강 검진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무서운(?) 검사로 인식된 위내시경을 통한 위암 조기검진도 국내 학계와 국립 암 센터로부터 인정받은 것이 불과 2001년의 일이다.

골다공증을 질병으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하는 것도 최근에야 이루어진 일이며, 노화를 질병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으나 아직 수용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예들은 의학의 발전에 따라 질병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질병의 정의가 시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렇듯 질병의 정의가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지는데 반하여, 건강과 안녕을 지향하는 우리들의 바람은 늘 한결같다. 의료 현장의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늘 일정한 혼란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한창인 지금, 필자는 건강과 질병의 정의를 다시 한번 떠 올린다.

안녕한 상태, 즉 건강에 과잉이 있을 수 있을까? 내 몸에 생긴 병을 찾아내고 치료하여 안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에 과잉이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초기 갑상선암을 병이라고 할까? 진행할지 안 할지 모르니 병이라고 하지 말까? 지금은 초기 갑상선 암을 병이라고 정의하는 사회적 합의의 과정일까? 그런데 초기 갑상선암을 진단하지 않고 발견도 하지 않으면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생략되어 질병이 있는지도 모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는 초기 갑상선암의 진행 여부를 예측하기 위한 노력들을 얼마나 해왔을까?

필자의 질문들에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의 교환과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질병의 정의를 모색하는 것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의학적, 합리적 방법일 것이다. 이성적 판단에 근거하여 초기 갑상선암을 정의하고 판단하는 성숙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 글 : 조영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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