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행운이…” 미첼레 성인의 사랑 가득

이재태의 종 이야기(12)

카프리섬, 행운의 종의 유래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대리석 절벽, 그리고 바닷물이 넘나들어 멀리서 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 대리석 동굴(blue grotto)로 유명한 이탈리아 카프리(capri) 섬은 로마 시대 이래로 유명한 휴양지다. 카프리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 언어의 야생 돼지(boar), 라틴어의 염소(goat)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천혜의 아름다운 섬 카프리는 오래 전에 로마의 영토로 복속되었는데, 서로마가 멸망한 후에는 나폴리왕국의 부속도서로 남게 되었다. 카프리 섬은 근대에는 제2의 지브롤터로 불릴 정도로 지중해 방어의 관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해적들의 침범과 약탈이 많았으며 열강의 침략에 의해 몇 차례에 걸쳐 함락되기도 하였다. 1806년에서 15년까지는 나폴레옹 1세의 프랑스 지배를 받았고, 이후에는 영국에게 점령당하기도 했는데, 이때부터 따뜻하고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유럽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휴양지로서 많은 문학 작품에도 언급되었고, 1826년 독일 작가 아우구스트 코피시가 쓴 “카프리섬 푸른 동굴(그로토)의 발견”에는 그의 카프리 여행 기록이 자세하게 남아있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동경한 많은 예술가들은 카프리 섬에 거주하기를 소망하였고, 러시아 작가 막심 고르키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카프리 섬에 살았다. 1908년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도 고르키의 초청으로 카프리 섬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오늘은 이태리 카프리 섬의 유명한 “미첼레 성인의 행운의 종”을 소개한다. 소렌토와 카프리 섬에서는 이 작고 앙증맞은 은종을 지니게 되면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카프리 섬 행운의 종에는 오래전부터 두 가지의 전설이 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소년 목동에 관한 것이다.

15세기 카프리 섬의 산동네 아나카프리에는 어린 양치기 소년이 살았는데, 그는 그 동네에서 가장 가난하였다. 그는 과부인 어머니와 솔라로 산기슭의 조그만 오두막에 살며 양 한 마리를 키우며 지내고 있었다. 양은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동료이기도 했다. 어느 날 소년은 산기슭의 꽃을 꺾느라 우물쭈물하다 이미 해가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이 되었다. 집으로 가기위해 양을 불렀으나 양이 나타나지 않았다. 소년은 양이 절벽에서 떨어져서 바다에 빠진 것이 아닌지, 앞으로는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양을 찾으러 맨발로 자갈밭의 컴컴한 산을 헤메고 있는데, 멀리서 작은 종소리가 들렸고 소년은 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저 바다 쪽 끝까지 달려갔을 때 갑자기 소년의 앞에 섬광이 번쩍 일어나 발길을 멈추었다. 거기에는 황금 빛 불빛에 둘러싸여 흰 말을 탄 미첼레 성인이 있었다. 성인은 그의 목에 걸려있던 작은 종을 벗어 소년에게 주며, “이 종을 가지거라. 이 종을 가슴에 지니면 종소리가 너를 항상 위험에서 지켜 줄 것이다.” 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소년은 그 종을 받은 후 양을 찾을 수 있었고, 이후 소년의 집에는 행복하고 좋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가족이 원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카프리 섬의 양들에게 역병이 돌았을 때 행운의 종을 목에 걸고 있던 양들은 모두 무사했다고 한다. 그날 성인이 나타났던 장소에는 성 미첼레 성당이 세워졌고, 목동에게 주었던 종은 행운과 성공의 상징으로 복제되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들에게서 전해지던 이야기이다. 달빛이 밝은 어느날 밤, 카프리 섬 피콜라 부두에서 4km이상이나 떨어진 앞 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사내들은 물 건너편 육지에서 들리는 짤랑짤랑하는 종소리를 듣고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과 멀리 떨어진 육지의 성 미첼레 성당의 작은 종에서 나는 종소리는 거리가 멀어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부들은 카프리 섬에 무서운 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그 즉시 해변으로 배를 돌렸다. 해변에 가까이 오니 그 종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닌가? 피콜라 부두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성 미첼레 성당의 종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리 흔들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소리쳤다. 그런데, 어부들이 모두 배에서 내리고 나니 갑자기 종소리가 멈추었고, 폭풍우가 섬 전체로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바로 전에 어부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던졌던 그 바다에는 섬의 높은 산봉우리 보다 더 큰 파도가 연이어 두 개씩이나 덮치는 것이었다. 어부들은 성 미첼레의 종소리 덕분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성 미첼레의 종 앞에 무릎을 꿇고 진정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파도가 잠잠해진 후 어부들이 해변으로 나가보니, 거기에는 수없이 많은 고기들이 밀려나와 있었고 폭풍우가 빨아올린 물고기들이 하늘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이후 오랜 세월동안, 더 이상은 그처럼 엄청난 물고기를 잡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이후, 성 미첼레 성당의 종은 작게 복제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스코트로 선물하는 관습이 생겼다. 그 날에 일어난 기적적인 일은 1793년에 기록된 문서에도 남겨져있다고 한다.

 

 

1차 및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는 남부 이태리의 젊은이들은 안전과 행운을 빌기 위하여 행운의 종을 지니고 있었다. 이 사연은 1944년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이태리에 주둔하였던 미군 조종사들에게도 알려졌고, 이들은 행운의 종을 가슴에 지니고 전투에 출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귀국할 때에는 그들의 친구와 애인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선물로 주었다. 이때 이태리에서 만들어졌던 행운의 은종에는 “La Campanella della Fortuna San Michele (미첼레 성인의 행운을 가져다주는 종)”이라는 글과 함께 네 잎 클로버가 조각되어 있는데, “한 잎은 명성(fame), 한 잎은 부귀(wealth), 한 잎은 신실한 애인( faithful lover)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 잎은 당신에게 은혜로운 건강(glorious health)를 가져다 줄 것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나는 종을 수집하며 카프리 섬 행운의 종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었고, 수집용 외에도 경매에서 특별히 두 개를 더 구입하여 림프 암으로 투병 중이던 동료 교수와, 나의 클리닉에 오는 갑상선 암 투병 환자에게 완쾌를 기원하며 드렸다. 직장의 동료 교수는 이제 완치가 되었으니, 다른 한 분에게도 미첼레 성인의 염원이 함께하리라 믿는다.

 

※ 이재태의 종 이야기 이전 시리즈

(1) 세상을 깨우고 귀신 쫓고…신묘한 종들의 사연

(2) 무시무시한 검은 전사가 당장 튀어 나올 듯

(3) 적군기 녹여 종으로…승전의 환희-눈물 생생

(4) 천재 화가 ‘달리의 나라’에서 부활한 앨리스

(5) 딸의 작전에 넘어가 맞은 ‘그녀’… 종도 20개나

(6) 성모 마리아와 고문기구, 이 지독한 부조리

(7) 여왕의 꼿꼿한 자태에 서린 독립 열망과 분노

(8) 부리부리한 눈빛… 아직도 통독 황제의 위엄이

(9) “프랑스가 발 아래” 프로이센 한때의 자부심 충만

(10) 지옥같은 참호전투…전쟁 부산물 예술로 부활

(11) 전에 없던 부르조아풍 의상, 근대화 상징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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