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관건은 정보” 왜군 동태 샅샅이

 

장정호의 충무공 톺아보기(3)

이순신 해전의 특징 ① 

이순신은 누구보다 정보를 중시하였다.

조정에 올리는 보고서인 이순신의 장계를 보면

‘탐색을 보냈던 전선들이 곧 바다 어귀에서 배를 돌려 나오면서 신기전을 쏘아 왜적이 있으니 속히 오라는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9일에는 가덕에서 안골포로 향해 가는데 “왜선 40여척이 정박해 있다”고 탐망선이 와서 보고하였습니다.’

‘ 5일 정사 맑음, 새벽에 척후병이 와서 보고하는 내용에, “견내량에 적선 10여척이 넘어왔다”고 했다.‘(난중일기)

물론 위의 예는 몇 개만 들어본 것이지만 이순신이 남긴 기록을 보면 그가 얼마나 정보를 중시했는지 끊임없이 척후선과 탐망선을 보내고 보고를 받고 하는 등에 관심을 기울였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패배하지 않는 전투의 초석을 다졌다. 원균이 칠천량 해전으로 조선수군이 궤멸당하는 대패를 당한 이유 중의 가장 큰 것이 정보부족이기도 하다. 이순신이라면 배로 반경 두 시간 이내 거리는 거미줄 같은 탐망선을 뿌리겠지만 원균은 여기에 소홀했다. 일본의 설욕전은 밤과 새벽에 걸친 기습공격으로 시작됐다. 이순신은 물길과 뱃길에 밝은 어영담을 중시하는 등 지형 정보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정박의 필요성은 있으나 지리적으로 불리할 것 같으면 주변에 탐망선을 뿌린 채 아예 배 위에서 잠을 잤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를 꼽으라면 ‘보고하기를’, ‘들어니’, ‘고 하였다’, ‘…를 상세히 물으니’ 등으로 이순신은 항상 정보에 목말라했고 관심과 주의를 놓치지 않았다.

로마군은 병참으로 이긴다는 말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의 가난과 기아는 너무도 극심했다. 그런데 이순신은 이 병참을 너무도 중시하였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한편으로는 조정의 지원과 원조를 부탁하고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였다.

‘….. 그러므로 우선 번갈아가며 돌아가 농사를 짓게 하고, 겸하여 병든 군사를 간호하고, 군사들을 훈련하고, 군량을 준비하고, 배와 노를 정비하면서…’(토적장(討賊狀))

‘이렇게 바다 위에서 굶주리고 병들어 있는 군졸들을 데리고 저 소굴 속에 들어앉아 쉬고 있는 왜적들을 치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계책이 서지 않아서 공연히 통분해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이런 답답한 정상을 우선 간략히 설명 드리는 바이니, 조정에서는 각별히 요량하여 선처해 주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이충무공전서)

‘ 배와 노가 아무리 많아도 격군이 모자란다면 무슨 수로 배를 운행할 수 있을 것이며, 또 격군은 채워지더라도 군량이 떨어진다면 무엇으로 군사를 먹이겠습니까?…(중략)… 부디 앞으로는 삼도 수군에 소속된 연해안 각 고을에서 징집하는 장정들과 군량과 병기들은 모두 함부로 육군소속으로 이동시키지 말고 수군에만 전속시키도록 도원수와 삼도 순찰사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각별히 신칙해 주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이충무공전서,군병량기전속주사장)

물론 이순신의 자구 노력도 필사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순신은 둔전관 경험을 살려 스스로 군량을 해결하는 시도를 하고 어느 정도 성공하기도 하였다.

‘여러 섬들에 있는 비어 있는 목장에 명년 봄부터 농사를 짓되 농군은 순천, 흥양의 유방군(유방군: 방위군)을 동원하고 그들이 전시에는 나가 싸우고 평소에는 들어와서 농사를 짓게 하자는 내용으로 이미 장계를 올렸으며…(중략)…. 그밖에 남은 빈 땅은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병작하게 하면서 그곳의 말들은 절이도(지금의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로 옮겨 모은다면, 말을 기르는 데에도 손해될 것이 없고, 군량 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농군을 동원할 길이 없으니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 병작하게 하고 관에서는 그 반만 거두어들이더라도 군량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략)..그리고 돌산도에 있는 국가 소유의 둔전은 묵어 있은 지 벌써 오래된 곳인데, 그곳을 경작하여 군량에 보태야겠다는 뜻으로 장계를 올렸습니다. …(중략)… 그리고 20섬의 종자를 뿌릴 만한 면적의 본영소유 둔전에 늙은 군사들을 뽑아내어 경작시켜서 그 토질을 시험해 보았더니, 수확한 것이 정조(正租)로 5백 섬이나 되었습니다. 앞으로 종자로 쓰려고 본영 성내 순천 창고에 받아들여 놓았습니다.’ (청설둔전장 1593. 윤 11.17)

위의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인용한 것은 이 글에서 이순신의 탁월한 역량과 노력, 그리고 몇 가지 역사적 사실 확인 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둔전 설치를 청하는 장계이다. 그러니 조선시대 조정과 왕에 바치는 종합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이순신은 1) 비어있는 목장, 그밖에 남아있는 빈 땅, 국가 소유의 묵어있는지 오래인 땅, 20섬의 본영 소유 둔전 등 가능한 모든 땅에 대한 활용을 이야기하였다.

2) 방위군에 해당하는 유방군, 농군, 백성, 늙은 군사 등 모든 인력을 자원화 하였다.

3) 식량이 적당하지 않은 땅은 말을 기르는 땅으로 활용하는 등 땅의 가치도 극대화하였다.

4) 토질을 시험해 보듯이 일을 하나 진행할 때 가능한 것은 미리 시험해보고 이를 정착시켰다.

이순신이 열악함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어느 하나도 이순신의 지휘 하에서는 모두 활용 가능한 자원이 되어, 주어진 자원에 비해 발휘하는 자원은 극대화되어 나타났다. 부모가 굶어 죽은 자식을 잡아먹을 만큼 극심한 기아에 시달렸던 임란 시기에 이순신은 이러한 노력으로 최대한 병사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고 군대를 운용해 나갔다.

덧붙여 조선 임진왜란 시기에는 국가가 백성들로 하여금 땅을 경작하게 할 때는 약 절반을 토지 임대료로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순신은 군량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꼼꼼한 성격이었다. 그리고 숫자에 능한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본성이 숫자에 능하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국가 재산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역량은 물질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을 직시한 유교적 현실주의적 마음가짐에서도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신의 할아버지가 사화에 연루되어 한동안 그의 집안이 차별을 받는 동안 여러 당쟁과 사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은 집안의 일들이 그로 하여금 불필요한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도 기록과 꼼꼼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꼼꼼한 성격은 아래 일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22일 을사 맑음. 전선을 만들기 위해 자귀질을 시작하였는데, 목수가 214명이다. 물건 나르는 사람은 본영에서 72명, 방답에서 35명, 사도에서 25명, 녹도에서 15명, 발포에서 12명, 여도에서 15명, 순천에서 10명, 낙안에서 5명, 흥양과 보선에서 각 10명이었다.’(난중일기)

‘초 2일 신미 맑음. 새벽에 지휘선을 출항시켰다. 재목을 끌어내릴 군사 1283명에게 밥을 먹이고서 끌어내리게 했다. 충청수사, 우수사, 경상 수사와 두 조방장이 함께 와서 종일 이야기 하다가 헤어졌다.‘(난중일기 을미년9월)

‘ 6일 계유 비가 계속 내렸다. 오수가 청어 1310두름을 박춘양은 787 두름을 바쳤는데, 하천수가 받아다가 말리기로 했다. 황득중은 202두름을 바쳤다.‘ (난중일기)

마치 회계사의 글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특히 을미년에 쓴 일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재목을 끌어내릴 군사 1000에게 밥을 먹이고…’ 필자라면 그냥 그렇게 쓸 것 같다. 조금 더 정확히 쓴다면 1200명 혹은 1300명에게, 그것보다 조금 더 정확히 쓰라면 1280여명에게 라고 쓸 법도 한데 이순신은 1283명이라고 기록하였다. 이순신의 이런 숫자에 대한 기록은 임란 후반부로 갈수록 자주 나오는데, 아마 전쟁이 길어질수록 물자가 부족해지고 그래서 더욱 물자 부분이 민감한 주제로 떠올라서 일기에도 그만큼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보와 군량의 중요함을 항상 염두에 둔 이순신 해전의 특징. 이밖에 어떠한 전략으로 그가 백전백승을 거둘 수 있었는지 다음 편에서는 왜군의 등선육박 전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이순신의 속도전에 대해 살펴보려한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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