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 암! 용모를 지키는 방법은?

상우씨는 제조업을 하는 건강한 40대 중반 남성이었다. 감기 한번 안 걸렸고, 병원에는 문턱을 넘어 본 일 조차 없었다. 담배나 술도 남이 하는 만큼만 했지 지나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코 주변에서 악취가 나는 것이 느껴졌다. 작업 환경이 먼지나 화공 약품 냄새 등, 썩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코나 그 주변에 염증이 생겼을 것으로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처음엔 자신만이 느끼기 시작했는데 점점 가족들, 직장 동료들까지 자신을 슬슬 피해 다니는 정도까지 되서야 병원을 찾게 되었다. 흔히 축농증이라고도 하는 부비동염이 생긴 것 같다고 한다. 항생제를 처방받아 꼬박꼬박 복용하였다. 냄새가 다소 줄어든 듯하더니 잠시 뿐, 더 심해진 냄새와 이제는 오른쪽 얼굴 반쪽에 무거운 덩어리를 달아놓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어 물어 두경부 전문의를 찾았다. 컴퓨터 단층 촬영에 각종 피검사, 조직 검사까지 이것 저것 거치면서 자신의 병이 가볍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얼굴뼈의 구조 중, 코옆에 있는 공간이라고 해서 부비동이라 불리는 부위가 있는데 그 중에서 상악동에 암이 생겼단다.

승철씨는 최근에 치과에서 발치를 했다. 후속 관리를 위해 재차 방문했을 때였다. 그를 보아주던 치과 의사는 승철씨 목에 무엇인가가 만져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에는 무수히 많은 임파관들이 지나고 경로에 따라 임파선이라는 콩알만한 덩어리들이 있다. 보통의 경우 이들은 피부 겉에서 잘 만져지지 않는다. 외부에서 세균이 들어오면 이에 대항하여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되는데 이 때에 임파선이 부풀어 오르고, 따라서 눈에 띠고 손에 만져지게 된다. 발치를 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사는 승철씨를 안심시키고 좀 더 관찰해 보자고 했다. 그러나 며칠이면 가라앉을 거라는 임파선이 몇 주가 지나도록 계속 만져지고, 코에서는 그리 유괘하지 않은 냄새와 함께 분비물도 흐르기 시작했다. 승철씨는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했다. 컴퓨터 단층 촬영을 했는데 비인두라는 곳에 이상 소견이 보인단다. 비인두는 코의 가장 안쪽부분으로서 위로는 뇌를 싸고 있는 두개골의 밑바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저부로부터 아래로는 구강이 시작되는 부위까지이다. 담당의사는 목에 있는 임파절은 물론이고, 콧구멍 깊숙이 기구를 집어넣어 비인두까지 조직검사를 하였다. 두군데 모두 암으로 결과가 나왔다. 비인두에서 시작된 암이 목에 있는 임파절로 까지 진행된 것이다.

상악동암이나 비인두암은 부위가 얼굴이므로 치료가 까다롭다. 상악동암은 초기에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진행되어 그 범위가 확대된 경우에도 수술이 주된 치료가 되고 수술이 미흡한 부분은 방사선 치료로 보완하는 것이 표준 치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행된 상악동암인 경우, 수술로 암 및 그 주변 부위를 제거하고 나면 한쪽 볼이 푹 꺼지고 얼굴이 비대칭으로 비틀어지는 등 외모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나마 이 분야의 경험이 많은 의사가 수술을 해야 애써 수술하고 나서 뒤돌아 서면 재발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는 차선책으로서 건강상의 이유로 수술을 감당할 수 없거나 환자 자신이 수술을 거부할 때에 시행하게 된다.

상우씨의 경우, 상악동암은 초기는 아니었다. 아직 나이가 오십도 안 되었는데 수술로 인한 용모의 훼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의 간청으로 외과적 수술의 대안으로서 방사선 치료를 항암 화학 요법과 병행해서 받게 되었다. 방사선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권유를 따라 7주간의 정밀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었다. 치료 결과는 놀라웠다. 암의 대부분이 소실된 것이었다! 아직은 재발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상우씨는 용모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전처럼 사회 생활을 하고 있다.

비인두암은 방사선 치료가 표준 치료로 되어 있다. 초기 암은 방사선 치료 단독으로, 진행된 암은 방사선-화학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비인두 암은 목에 있는 임파선으로 전이가 잘 가는데, 목에 덩어리가 만져져서 그로 인해 진단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표준 치료는 수술이 아닌, 방사선 치료로 되어 있다. 비인두라는 곳은 해부학적으로 매우 섬세한 부위이다. 뇌에서 시작된 12종의 뇌신경이 두개골 기저부의 작은 구멍들을 통해 하방으로 내려와서 후각, 시각, 청각 등 각종 감각을 비롯한 다양한 조절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 작은 구멍들은 비인두에서 생긴 암이 두개골 기저부를 통해 뇌의 하부로 침범해 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방사선 종양학 전문의는 이 복잡한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를 잘 알아야 하며 이러한 지식이 성공적인 치료 여부에 고스란히 반영이 된다.

승철씨는 임파선 전이가 두군데서 발견되었고 이미 초기는 벗어난 상태였다. 7주간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 요법을 같이 받았다. 방사선 치료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정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정밀 방사선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와 달리 암의 불규칙적인 모양새를 따라 방사선이 조사되게 되므로 종양에 방사선을 충분히 투여할 수 있는 반면 정상 장기는 보호할 수가 있게 된다. 치료 과정은 생각보다 감당할 만 했다. 입안의 점막이 다소 헐고 음식 맛도 없고 했지만 정밀 방사선 치료라서 부작용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입을 자주 헹구어 내고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복용하면서 그럭 저럭 견딜 수 있었다. 드디어 치료가 끝났고 1개월 후 평가 판정에서 암이 사라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진단 받은 때부터 그를 괴롭혔던 불안과 두려움이 날아가 버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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