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워 이기세요”란 말, 삼가야 하는 이유

암 환자에게 “암과 싸워서 이겨내셔야죠”라고 말하는 것은 안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암을 극복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5일 영국 텔레그레프는 맥밀런 암 지원센터(Macmillan Cancer Support)의 암 환자 관련련 조사를 보도했다. 맥밀런 센터는 ‘암과의 사투’처럼 암을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환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죽음에 대한 불가항적 공포를 느끼는 데 죄책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방해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맥밀런 센터에 따르면 너무 많은 환자들이 원치 않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삶의 마무리에 대한 ‘소통의 부재’ 때문에 자신의 집이 아닌 병원에서 숨을 거두는 것이다.

영국에서 진행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64%의 암 환자가 집에서 죽음을 맞길 원하지만, 현재 30%만이 집에서 사망했다. 암 환자의 사망 장소를 살펴보면 37%가 병원에서, 17%가 요양병원에서, 14%가 가족이 있는 집이었다.

또한, 환자의 약 70%가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죽음의 공포를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8%는 병의 차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할 수 없을 때 죄책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암과 관련해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죽음 앞에서 용감해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다.

‘생애 말기의 의료 및 돌봄(end-of-life-care)’ 전문가인 아드린 베틀리는 “우리가 ‘투병 생활’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사람에겐 병을 이겨낼 힘을 줄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지치고 절망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미 말기 진단을 받았음에도 이겨낼 수 있다며 긍정적이길 강요하는 분위기가 그 과정에 있어 큰 장벽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환자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존엄사’와 동일한 주제를 시사한다.

[사진=gettyimagesbank/KatarzynaBialasiewicz]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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