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도 세대 교체? 중장년층 ‘피가 모자라’

국내 헌혈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소년 인구가 나날이 감소하면서 안정적인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과장은 “우리나라 헌혈자의 대다수는 10대, 20대 청소년”이라며 “현재도 학생의 바깥 활동이 줄어든 방학, 명절 연휴에는 혈액 수급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 과장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전했다.

청소년 인구 급감…중장년층 헌혈자 30% 못 미쳐

대한적십자사가 매년 발표하는 ‘혈액 사업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7년 한해 헌혈을 가장 많이 한 연령층은 20대(20-29세, 39.8%)이며 10대(16-19세, 31.2%)가 그 뒤를 이었다. 30대 이상 헌혈자 비중은 30대(30-39세) 14.1%, 40대(40-49세) 10.2%, 50대(50-59세) 3.9%로 전체의 28.2% 수준이었다.

10년 전인 2008년까지도 청소년 헌혈자는 전체 헌혈자의 80% 이상을 차지해 왔다. 1993년 전체 헌혈자의 90%를 차지한 청소년 헌혈자는 2017년 현재 전체의 71%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학교, 군부대 등에서 진행하는 단체 헌혈, 영화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성 헌혈에 참여하는 청소년이 많기 때문.

하지만 우리나라 혈액 수급의 축인 청소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통계청은 ‘2018년 청소년 통계’ 발표를 통해 “약 35년 전(1982년) 1420만9000명이던 청소년 인구(9-24세)는 2018년 현재 89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4% 수준에 불과하다”며 “2060년 청소년 인구는 전체의 11.1%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복지부, “5년 내 중장년층 헌혈자 42% 목표”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현실 인식하에 최근 발표한 ‘혈액 사업 중장기 발전 계획’에서 “2022년 중장년층 헌혈자 비중을 42%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박경업 대한적십자사 기획관리국 과장은 “현재 공공 기관이나 사기업이 헌혈을 신청하면 내부에서 헌혈이 가능한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박 과장은 “직장인이 퇴근 이후에 헌혈이 가능하도록 헌혈의 집의 60%를 평일 저녁 8시까지 운영 중”이라고 했다.

박미라 과장은 “이번 중장기 계획을 통해 대형 사업장 위주로 보내던 헌혈 버스를 소규모 단체 신청에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현재까지 공무원 위주로 이뤄지던 헌혈 공과 제도를 민간 기업에도 적용해 중장년층 헌혈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려 한다”고 했다.

문제는 ‘생명을 구한다’는 봉사 기조보다 대가성 헌혈 문화가 짙은 우리나라에 중장년층 헌혈 인센티브가 얼마나 작용할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박미라 과장은 “장기적으로 헌혈의 본래 취지에 공감한 자율적인 헌혈 참여 문화를 정착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년층의 헌혈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헌혈 가치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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