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몰라, 약도 없어…섬유근육통을 아십니까?

[건강 톡톡] 서울백병원 류머티스내과 구본산 교수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픈데 원인은커녕 무슨 병인지도 모른다면? 극심한 전신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데 다양한 증상과 불분명한 원인으로 진단조차 어려운 질환이 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 진통제도 듣지 않는다. 이런 미스터리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바로 섬유근육통이다. 지난 8일 서울백병원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주최한 건강 강좌를 개최하고 섬유근육통의 이모저모를 환자와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백병원 류머티스내과의 구본산 교수가 환자와 대화에 나섰다. 구본산 교수의 강의와 환자와의 질의응답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다고 하면 단순한 ‘근육통’ 가운데 하나인 줄 알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속상하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프다. 몸에 힘이 쭉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누워만 있어도 온몸이 피곤하다. 정작 가장 힘든 일은 이렇게 아픈데도 내가 정확히 어디가 잘못되어서 아프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거였다.

“많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같은 이유로 힘들어한다. 전신 통증과 특정 부위의 압통점(tender point)을 특징으로 하는 ‘섬유근육통’은 잠을 못 잘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하지만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많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로 돌려보내는 경우도 꽤 있다.”

– 맞다. 4년 전부터 골반통이 있었다. 처음에는 왼쪽 배가 아프다고 느껴 내과를 찾았고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러다가 아랫배가 빠질 것같이 아파서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역시 이상이 없다고 했다. 통증이 심해 여러 병원을 찾았는데 자궁근종을 의심하기도 하는 등 다들 의견이 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픈 부위가 늘어났다. 온몸이 아팠다.

“보통 전신 통증을 느낀다면 네 가지 경우 가운데 하나다. 만성 피로 증후군,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통증, 국소 통증 증후군 그리고 섬유근육통이다. 섬유근육통은 국내 유병률이 2.2% 정도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1.5배 많다. 하지만 아직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 한창 스트레스가 심할 때 증상도 심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로 몸이 약해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후에도 통증은 계속됐다. 딱히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어떤 진료과에 가도, 어떤 검사를 해도 구조적 이상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도 연구 중이다. 다만 유전적 소인은 있다고 판단된다. 가까운 가족 가운데 섬유근육통이 있으면 발병 확률이 8배 높다는 연구가 있었다.

또 통증 조절과 관련이 있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섬유근육통 환자의 혈청을 살펴보면 세로토닌이 감소됐다. 가벼운 접촉 같은 비통증성 자극조차 통증을 느끼는 무해 자극 통증이나 통각 과민 등 신경생물학적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감염, 신체적 손상, 전쟁과 같은 환경적 요인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여러 진료 과를 떠돌다 별의별 검사를 다 받았다. 결국 확진을 받은 류머티스내과에서는 진단 과정에서 뼈 스캔과 자가 면역 질환 검사를 받았다. 근육통이라는데 왜 뼈 스캔을 한 건지 아직도 궁금하다.

“사실 섬유근육통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혈액 검사와 영상 검사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섬유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 예를 들어 감염, 갑상선 이상, 관절염, 자가 면역 질환 등을 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신 통증이 올 수 있는 다양한 질환, 특히 암과 관련이 깊어 자세한 건강 검진을 먼저 추천하기도 한다.”

– 그런 검사를 다 받았다. 하지만 다른 질환을 발견하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알아보다가 섬유근육통이라는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때서야 류머티스내과에 가서 확진을 받았다. 통증이 시작되고 나서 확진까지 두 달 정도 걸렸다. 운이 좋았다. 보통 3~5년 정도 걸려 확진을 받는다고 하더라.

“섬유근육통이 진단이 어려운 병이다. 의사가 직접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들어보고 신체 진찰을 해 통증의 양상을 판단해야 한다. 임상 진단이 중요하다. 통증의 범위, 시기, 강도 및 동반 증상을 조사하고, 수면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심한 스트레스 상황이 있진 않은지 확인한다. 섬유근육통을 앓으면 수면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과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이처럼 여러 가지 상황과 통증의 양상을 고려해서 내리는 병이다.”

– 확진을 받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증상이 다양하다는 것도 한몫할 것 같다. 환우회에서 만난 친구는 증상이 나와 달랐다. 두통에 이명까지 왔었다. 목에서 시작된 통증이 팔과 손목에까지 통증이 번져 다른 심각한 질환이 또 생긴 줄 알았다더라.

“섬유근육통은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보이기도 하고, 두통, 복통, 설사 또는 변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이 계속되기 때문에 우울증도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조해서 치료할 때도 많다. 외래 진료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점은 빈뇨와 야간뇨다. 섬유근육통의 특징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통증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면서 화장실을 많이 가곤 한다. 4~8회 정도로 매우 잦고, 역시 수면 장애를 동반한다.”

– 처음 진단을 받을 때 긴 상담을 거쳤던 기억이 난다. 진단 후에도 의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병에 대해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도 치료의 일종이라고 했다.

“섬유근육통의 치료는 우선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치료의 주가 되지만, 병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 또한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치료는 크게 진단과 교육, 약물 치료, 비약물 치료로 크게 나눈다. 이 병이 어떤 병이고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옳은지 환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 과정을 거쳐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덜하다. 진단과 교육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섬유근육통은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불구가 되거나 관절이 변형되는 등 기능적 이상을 일으키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합병증이나 장애를 남기는 질환이 아니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약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항우울제로 쓰이는 세로토닌 관련 약물이 섬유근육통 증상 조절에 효과가 있어 많이 사용된다. 통증이 심하다고 하면 보통 소염진통제를 주는데 거의 효과가 없다. 염증과 상관없는 병이기 때문에 그렇다. 마찬가지로 ‘타이레놀’로 대표되는 아세트아미노펜류도 잘 듣지 않는다.

섬유근육통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운동 요법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운동이 통증과 피로를 감소시키고 우울감과 삶의 질을 개선해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좋은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 그렇지 않아도 최근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운동은 하다가 안 하면 또 아프더라.

“운동은 중단하면 통증 감소 효과가 바로 사라진다.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가는 좋은 선택이다. 그 외에 스트레칭, 필라테스, 빨리 걷기 등을 운동 요법으로 추천한다. 또, 반드시 양학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침술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면 침을 맞아라. 통증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는 것을 우선시하면 된다.”

[사진=PhotoMediaGroup/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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