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집단 트라우마’ 여전

세월호 참사 4주기로 많은 추모객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집단 트라우마의 자연스러운 잔상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90만 명이 넘는다. 매일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생각하면 비이성적이고 광적인 추모 인파 행렬이라는 반응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모객이 끊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기엔 ‘집단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세월호 사고는 종종 미국 911테러와 비교된다. 전 국민이 무기력과 슬픔에 빠지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무너지는 장면은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방영됐고, 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미국인들은 큰 충격으로 집단 트라우마를 겪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벌어진 2014년은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에 각종 SNS의 실시간 정보까지 더해져 더욱 많은 정보에 노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극적인 보도 행태, 감정선을 건드리는 SNS 글들이 집단 트라우마를 가중시켰다.

사건사고의 참상에 계속 노출되면 직접적인 사건 피해자와 가족이 아니더라도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시리아전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테러, 총기난사 등의 소식도 불안 심리를 높여 트라우마를 촉발한다.

특히 희생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가령 흑인을 과잉 진압한 백인 경찰의 행동은 흑인 사회를 들썩이고,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은 성소수자의 상심을 증가시킨다.

세월호 사건은 당시 무능한 정부에 대항해 한국인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사건이었던 만큼 사고의 직접적인 관련자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고 트라우마가 생겼을 확률이 높다. 사건의 규모가 크거나 참혹할수록 트라우마의 경험이 커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의 우울감과 무기력감은 많이 사라진 상태지만 이처럼 추도식이 열리는 때에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트라우마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면 불안심리와 우울감이 커진다. 스트레스 수치도 높아지는데 이로 인해 수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불면증이 생기면 육체적 피로도도 높아진다. 감정적 피로가 육체적 피로로, 이는 또 다시 심리 상태를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이처럼 심신이 지치면 당시의 사건은 더욱 끔찍하고 심각한 문제로 재구성된다.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면장애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집단 트라우마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해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지해 지난 4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건과 경주, 포항 지진 등 국가적 재난 사고가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다.

추모 행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감하는 자리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라우마가 있을 땐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는데, 추모하는 자리가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다. 심리적 우울과 불안이 클 땐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심리협회에 의하면 트라우마 극복은 개인차가 크므로 혼자 해결되지 않을 땐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사진=Josh Kim/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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