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보다 가는 건 코에 넣지 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남몰래 탐닉하는 ‘짓’이 있다. 심지어 자동차를 몰다가도 한다. 바로 코 파기다.

‘귓구멍과 콧구멍에 전봇대보다 가는 것을 넣지 말라’는 이비인후과적 금칙을 모르는 성인들은 거의 없지만, 코 후비기는 점잖은 신사, 숙녀들조차 체면을 잊게 한다. 중독성 강한 이 ‘길티 플레저’는 당연히 건강에 좋지 않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디지털 트라우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었다. 과학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이 병명은 실은 손가락으로 코를 파다가 코피가 터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디지털(digital)은 사전적으로 ‘손가락’을 뜻하기도 한다.

켄터키 대학교 이비인후과의 브렛 코머 교수는 “코 내부의 피부는 너무 예민해서 다치기 쉽고, 일단 상처가 나면 아무는 게 더디다”고 말했다.

콧속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앉는다. 상처가 완전히 나아 딱지가 떨어지려면 1~2주가량 걸리는데 그동안 이걸 손대지 않고 견디는 게 쉽지 않다.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이물감 때문이다. 상처의 딱지를 코딱지라 생각하고 파내기 일쑤다. 상처가 덧나고 당신이 코딱지라고 여긴 상처의 딱지는 점점 더 거대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콧속 상처가 더디게 아무는 연유다.

뿐만 아니라 콧속에 들어간 세균은 감기나 독감을 일으킬 수 있다. 콜로라도 대학교 이비인후과의 비제이 라마크리슈난 교수는 “전철을 타고,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공중 화장실의 손잡이를 잡았던 손으로 코를 파는 것은 세균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을 핥아먹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라마크리슈난 교수는 또 코를 심하게 파면 두 콧구멍 사이의 벽(비중격)이 뚫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비중격 천공은 출혈과 함께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는데 치료도 쉽지 않다.

다음은 습관적으로 코를 파는 사람들에게 하는 전문가들의 조언.

△반창고= 코를 파는 데 쓰는 손가락에 두툼하게 반창고를 붙이면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이 콧속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스프레이= 코를 파고 싶은 충동은 콧속이 건조할 때 생긴다. 생리 식염수 스프레이로 콧속을 축축하게 해주거나 잘 때 가습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바셀린= 콧속에 상처가 났을 때 바셀린을 바르면 딱지가 생기지 않아 이물감을 덜 느낀다.

△코털= 평소에 코털을 잘 다듬으면 콧속에 파내야 할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덜 든다.

[사진=Aynur_sib/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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