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고 애처롭게…위선자의 ‘악어의 눈물’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죄가 드러났을 때 보통 어떤 태도를 취할까. 방어적인 제스처, 무응답 혹은 공격성으로 답한다.

태연하거나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보다는 겸손하고 숙연한 자세로 눈물을 흘리거나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태도는 ‘악어의 눈물’이라는 오명을 산다.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는 사람도 있지만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일수록 이런 태도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미투 운동으로 속속들이 드러나는 문화계 성범죄의 한 가해자는 기자회견장에 측은하고 주눅이 든 표정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 연극계의 거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불쌍한 표정’을 연습했다는 폭로로 또 한 번 질타를 받았다.

성욕을 채우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어금니 아빠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에게 교화 가능성이 없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저지른 잘못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하지만 평창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도 빙상 스포츠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는 눈물을 흘렸고, 다음 경기에서 관객을 향해 큰절을 했으며 폐막식엔 불참했다.

치기 어린 과실부터 강력 범죄까지 동일선상에 둘 수 없는 서로 각기 다른 크기의 잘못이지만, 이들은 ‘악어의 눈물’로 보일 수 있는 태도를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이란, 가짜 눈물로 동정심과 연민을 유도하는 위선적인 행동을 말한다.

악어는 물 밖에 오래 나와 있을 때 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윤활유 기능을 하는 눈물을 흘린다. 옛사람들은 악어가 먹이를 잡아먹을 때도 눈물을 흘린다고 믿었는데, 이에 빗대어 위선자의 거짓된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칭하게 됐다.

그런데 악어는 먹이를 잡아먹을 때 실제로 눈물을 흘린다. 슬퍼서 혹은 죄책감을 느껴서 흘리는 게 아니다. 먹이를 먹을 때 움직이는 입의 신경과 눈물샘의 신경이 같아 일어나는 현상이다. 먹이를 먹고 난 뒤 체내에 과잉된 소금을 없애기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분석도 있다.

플로리다 대학이 미국산 악어인 ‘카이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악어 7마리 중 5마리가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렸다. 먹이를 먹는 동안 부비강을 통해 따뜻한 공기를 뿜는데, 이때 눈물샘이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사람에게는 ‘악어눈물증후군(bogorad’s syndrome)’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보통 안면신경 마비의 후유증으로 눈물이 나는데, 바이러스가 신경에 침투해 염증 등이 생기면서 일어난다.

사람도 악어처럼 음식을 먹을 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코끝이 찡해지는 고추냉이나 혀끝이 알알해지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눈물이 난다. 음식이 된 먹잇감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니다. 미각적 자극으로 일어나는 눈물이다.

하지만 사람이 악어와 다른 점은 생리학적인 자극뿐 아니라 감정적인 반응으로도 눈물을 흘린다는 점이다. 심지어 가짜 눈물도 흘릴 수 있다. 사람에게는 악어의 눈물, 즉 위선자의 눈물이 실재한다는 것이다.

왜 이처럼 허위적인 행동을 할까. 방사선학저널에 실린 템플대학의 연구를 보면 이야기를 꾸며 날조하는 거짓말보다 상황을 부정하는 수준의 거짓이 에너지 소모가 적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눅 든 태도로 잘못을 ‘적당히’ 인정하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거짓과 위선은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다. 위기의 상황에서 자기보호의 본능으로 이런 행동을 어렵지 않게 저지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악어의 눈물이 가해자에게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은 타인의 위선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꼭 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상대가 눈길을 떼지 않고 계속 쳐다보며 이야기를 한다거나 미소가 한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등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사람은 상대방의 거짓과 위선을 감지할 수 있다.

누군가 용서를 구하며 눈물을 흘릴 때 이를 악어의 눈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언가 불편하고 미심쩍고 꺼림칙하다면 위선적인 태도를 감지한 촉이 발동했기 때문일 수 있다. 악어의 눈물이 결코 명연기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사진=Sergey Peterman, nuvolanevicata/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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