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간호사는 간호사를 괴롭혀야 하나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것, 괴롭힘에 가까운 군기 문화를 ‘태움’이라고 한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간호사들 사이에도 비슷한 표현이 통용된다. ‘간호사는 그들의 새끼를 잡아먹는다(Nurses eat their young)’는 표현이다.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는 문화를 칭한다.

임상전문간호사인 테레사 브라운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간호학과 학생이 신장 결석이 있어 응급실에 방문했고, 이로 인해 수업에 늦었다”며 “진단서를 가지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실습 지도자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을 했어야 했다’며 꾸중을 들었다”고 말했다.

테레사는 이런 비슷한 얘기를 무수히 들어왔으며 본인 역시 이 같은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실수에 대해서도 큰 소리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꾸중을 들었고, 도움이 필요할 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괴롭힘의 타깃이 되는 순간 간호사로서의 업무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신입 간호사의 60%가 악담이나 냉혹한 처사로 인해 6개월 이내에 이직을 선택한다.

아메리칸 널스 투데이(American Nurse Today)가 진행한 설문에서는 간호사의 65%가 다른 간호사의 무례한 태도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도출됐다.

간호업계는 왜 이처럼 가혹하고 냉정한 문화를 형성했을까. 간호는 아픈 사람을 돌봐야하는 만큼 많은 주의와 헌신이 필요하다. 오늘 건강해보였던 환자가 내일 갑자기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사소한 일이 환자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요인으로 다가온다. 항상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교대로 근무를 해야 하는 업무 여건은 정신적, 신체적 피로도를 높인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체력의 한계가 후배에 대한 분풀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풀이다.

그렇지만 모든 직업군이 제각기 다르지만 심각한 고충이 있다. 태움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쌓이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로서 책임과 의무를 가지되, 자율성도 보장돼야 전문 직업인로서의 능력도 향상된다.

간호사의 태움 문화는 선배들의 가혹한 교육 방식과 훈련에 대처할 수 있어야 병원 환경에서 벌어지는 혹독한 상황도 잘 견디고 대처해나갈 수 있다는 명분이 있지만, 테레사에 의하면 이는 ‘능숙함’이 ‘자신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내려진 결론이다. 칭찬과 격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업무능력을 향상시킨다. 엄정한 훈련과 너그러운 격려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Beboopai/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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