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에 “싫어요” 말하라 채찍질 말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투(Me Too) 캠페인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시상식에서나 하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에서 훨씬 더 뜨끈뜨끈한 이슈가 됐다.

미투 운동은 순식간에 번졌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MeToo’만 검색해 봐도 그 파급력을 알 수 있다.

미투의 역사는 10년이 넘었다. 지난 2007년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내건 슬로건이기 때문이다.

이를 대중화시킨 건 알리사 밀라노다. 지난해 미국 배우 알리사는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을 계기로 미투 캠페인을 제안했다.

미국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은 30여 년 가까운 세월동안 할리우드 배우들을 포함한 많은 여성들을 성추행한 혐의가 있다.

이 성추문 사건에 분노한 알리사는 성희롱이나 성폭행 경험 있다면 ‘me too’를 트윗해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사소한 말 한 마디의 파급력은 놀라웠다.

알리사의 글이 올라온 지 불과 48시간 만에 무려 100만 건의 트윗이 올라왔다. 페이스북에서는 24시간 만에 1200만 건의 포스팅 및 댓글 반응이 있었다. 이는 미국 내 페이스북 사용자의 45%가 미투를 포스팅한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큼 방대한 양이다.

이러한 놀라운 전개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것도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다. 노벨상 후보로 언급돼온 시인과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할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간의 고질적인 폐단의 뿌리를 뒤흔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선 이번 운동의 한계를 염려하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이번 운동이 분명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일으킨 건 사실이지만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잠깐 주목받는 돌발사건에 그치고 말 것이란 우려다.

미국 칼럼니스트 헤더 빌헬름은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을 통해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의 위험을 지적했다.

여성 피해자보다 수적으로 적긴 하지만 남성 피해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이분법 논리는 남성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대다수의 여성 피해자들도 사실상 미투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미투 운동에 적극 나선 여성들은 할리우드에서 이미 스타로 이름을 떨친 여성들이다. 그들도 무명일 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캠페인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성폭행 가해자를 비판하는 데만 몰두하는 분위기 역시 이번 운동의 한계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성폭력 가해자에게 거절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가해자가 권위가 있는 사람이라면 거절은 곧 사회적, 경제적 타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작정 ‘싫다’라고 말하도록 독려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빌헬름은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피해자에게 ‘싫다’라고 말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착각’하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대방의 친절함, 상냥함, 미소 등을 오해하거나 무력으로 상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투 캠페인은 가해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지각하게 만드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진=michaelheim/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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