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영화 속 의학 오류 4

코피가 날 때 고개를 뒤로 젖힌다거나 열이 나는 환자가 이불을 푹 뒤집어쓰는 장면은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잘못된 장면이다.

코피가 날 땐 고개를 뒤로 젖히지 말고 앞으로 숙이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열이 날 땐 이불을 덮지 말고 열을 식혀야 한다. 의학 전문가의 감수를 받은 영화조차 이런 오류 장면을 담고 있다.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는 주인공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환자인 만큼 의학적인 내용이 빠질 수 없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뇌과학 연구소 제프리 D. 로스스타인 박사는 미국 건강 매체 ‘헬스’를 통해 이 영화는 희귀한 신경질환을 비교적 잘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근육이 점점 약해져 걷거나 숟가락을 잡기조차 힘들고, 의사소통조차 어려워지는 일상의 변화를 잘 묘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지적 사항이 있다. 호킹이 의사로부터 진단 결과를 듣는 장면이다. 이들은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실제 의사는 환자의 심각한 상태를 이야기할 때 절대 복도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복도라는 공간은 환자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며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기 때문이다.


◆ ‘스틸 앨리스’=
컬럼비아 대학교 언어학 교수로 존경 받는 삶을 살았던 앨리스 하울랜드라는 가상의 인물을 다룬 이 영화는 주인공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정신의학과 크리스틴 예프 교수에 의하면 이 영화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력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려는 여성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진행 과정이 현실보다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오류가 있다. 초기 증상이 나타난 지 불과 1년 만에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하루 종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 이르는데, 이 과정은 보통 10년 동안 이뤄지는 변화다.


◆ ‘오브비어스 차일드’=
이 영화는 하룻밤 관계로 임신을 하고 낙태까지 하게 되는 여성을 그린다. 예일 대학교 의과 대학 메리 제인 민킨 교수에 의하면 이 영화는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만취한 상태에서 충동적인 성관계를 가졌다면 보통 임신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갖게 된다. 이처럼 가벼운 만남을 많이 갖는 뉴욕 여성이라면 다음날 약국에서 사후 피임약을 구입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뉴욕 여성의 보편적인 사고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케이크’= 만성 통증으로 진통제 중독에 빠진 여성을 그린 영화다. 뉴욕 대학교 통증 전문가 찰스 킴 박사에 의하면 이 영화는 만성 통증 일으키는 복잡한 상황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고립감, 우울감, 중독 등과 관련한 환자의 상태를 설득력 있게 잘 표현했다.

하지만 영화는 극적 효과를 위해 증상을 과장했다. 현실과 환각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부분이나 좀 더 많은 약을 얻기 위해 멕시코로 필사적으로 떠나는 장면 등이 과장됐다는 설명이다.

코피가 날 때 고개를 뒤로 젖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생각 이상으로 많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오류 장면은 이처럼 잘못된 건강 상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Aleksandra Suzi/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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