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얼마나 아팠을까?

현직 여성 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공개 장소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캠페인 ‘미투(Me Too)’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나온 폭로다. 이 여성 검사는 8년 전의 성추행 경험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폭력인지 다시 한 번 강조한 것.


서지현 검사 “8년 전 공개 장소에서 성추행 당해”

서지현 검사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8년 전 당시 법무부 고위 관료였던 안태근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 당했던 경험을 고백했다.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는 옆자리에 앉아서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 장시간 서 검사를 추행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여럿이 있었다.

서지현 검사는 이런 성추행을 당하고도 검찰 조직에 누가 될까봐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성추행 이후에 사무 감사 지적을 받고서, 경력에 어울리지 않는 통영지청 발령을 받는 등 부당한 인사 보복을 당했다. 서 검사는 “검찰 내 성추행뿐만이 아니라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고 폭로하며 “피해 여성은 ‘꽃뱀’ 취급까지 당한다”고 폭로했다.

서지현 검사는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 이미지 실추 등을 걱정해 이 사실을 알리길 주저했다. 하지만 서 검사는 이번에 뒤늦게 피해 사실을 밝히며 “나에게 일어난 불의와 부당을 참고 견디는 것이 조직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드러내야만 이 조직이 발전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폭력이 입힌 정신적 상처, 시간 지날수록 깊어져

서지현 검사의 이번 8년만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를 계기로 성추행을 비롯한 성폭력 피해자가 얼마나 심각한 건강 피해를 입는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는 물리적인 폭행의 상처가 아물고도 공포, 불안 등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평생 안고 갈 수 있다. 성추행만으로도 피해 여성이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우리의 뇌는 해마와 편도가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협업해서 처리한다. 해마는 의식, 편도는 무의식의 반응을 처리한다. 그런데 정신적 상처가 될 정도의 폭력에 마주치면 편도와 해마의 협업 시스템이 망가진다. 공포, 불안과 같은 감정이 편도를 과하게 활성화해 해마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성폭력 같은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을 통해서 해마가 기능을 못하고 편도가 과하게 활성화되면 뇌 기능이 ‘셧 다운(shut down)’된다. 서지현 검사가 인터뷰에서 정작 성추행을 당하던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며 “환각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뇌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폭력 피해 경험은 정신적 상처로 남아서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힌다. 피해자는 성폭력 당시 상황을 반복해서 회상하며 심리적 고통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특히 “네가 성추행을 당했다면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 “피해 사실을 주변인에게 알려봐야 너만 손해다” 등의 이른바 ‘2차 피해’는 피해자의 정신적 상처를 더욱더 깊게 한다.

더 심각한 일은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가 사회적 처벌을 받고서도 그 정신적 상처는 계속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성폭력이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정도로 끔찍한 범죄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한국 사회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사진=JTBC]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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