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없는 공격도 상처된다 (연구)

악의 없이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의도치 않은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단 것이다.

이를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이라고 한다. 아시아인이나 흑인과 같은 유색인종, 성소수자 등을 향한 무의식적인 차별 발언이나 행동도 여기에 속한다.

마이크로어그레션에 대한 개념 정의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에 영국 노팅엄 트렌드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마이크로어그레션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 내렸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어그레션은 다수자 집단이 소수자 집단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치부할 때 사용한다. 흑인을 향한 무시와 모멸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해, 이후 다른 소수 그룹에 대한 공격성에도 사용됐다.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학자 중 한 명인 컬럼비아대학교 대럴드 수 박사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으로 무시 혹은 모멸감을 주어 상대방이 소외감을 느낄 때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고 정의했다.

노팅엄 트렌드 대학교 연구팀은 이번 새로운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어그레션의 가해자는 다수그룹, 피해자는 소수그룹이라는 정의가 맞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400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해 실험참가자들의 정치적 신념을 기준으로 보수, 진보, 중도 세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정치세력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그 다음 실험참가자들은 가상 시나리오 6편을 읽었다. 각 시나리오에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 벌어진 논쟁적인 상황이 담겨있다. 가령 한 남자 교수가 특정 전문분야에서 여자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자들의 문제라고 말한다. 이에 한 여학생이 불만을 표출하자 교수는 학생의 말을 가로막는다. 이는 전형적인 마이크로어그레션의 예다. 

여섯 편의 시나리오 중 절반은 마이크로어그레션의 전형적인 피해자인 소수그룹에 속하는 여성, 흑인, 진보주의자를 타깃으로 삼은 내용이 실려 있다. 반면 나머지 세 편의 시나리오는 전형성을 뒤집었다. 가령 여자 교수가 특정 전문분야에서 남자의 비율이 낮은 이유의 타당성을 부여한다. 이에 남학생이 불만을 표출하자 여교수가 이를 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험참가자들은 시나리오 속 학생이 모욕감을 느낄만한지, 아니면 교수에게 예민한 태도를 보였는지 평가했다. 더불어 교수가 편견이 심하고 편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답했다.

실험 결과, 진보주의 성향을 가진 실험참가자들은 여성 혹은 진보주의자처럼 보편적인 마이크로어그레션의 피해자가 되는 사람의 편을 드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보수적인 성향의 실험참가자들은 남성과 보수주의자의 편을 들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볼 때 마이크로어그레션에 대한 기존 정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다수자 집단이 소수자 집단에게 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수자 집단이 다수자 집단에게 가하는 공격성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집단 나르시시즘’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자신이 속한 그룹이 우월하다고 믿는 나르시시즘이 자신과 연관된 집단을 향한 비판을 수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내용(Political Microaggressions Across the Ideological Spectrum)은 2017년 11월 30일 심리학 아카이브(PsyArXiv)에 실렸다.

[사진=Marcos Mesa Sam Wordley/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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