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재 통증 느끼나” 논쟁 재점화

스위스 정부가 살아있는 로브스터(바닷가재) 요리를 금지했다. 살아있는 가재는 끓는 물에 넣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스위스의 동물 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오는 3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전기충격으로 기절시켜 뇌를 물리적으로 파괴시킨 로브스터만 끓는 물에 넣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로브스터가 진짜 통증을 느낄 수 있느냐는 오랜 논쟁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로브스터는 끓는 물속에서 고통을 느껴 꿈틀거리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열을 감지하고 움직이는 걸까.

지난 수십 년간 학자들마다 의견을 달리해온 이 논쟁의 좀 더 우세한 견해는 고통을 처리하는 능력이 로브스터에게는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다. 실험생물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2013년 실린 논문은 전기충격을 가할 때 로브스터가 피하는 이유를 통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험을 진행한 캐나다 퀸스대학교 연구팀은 단순 반사작용 그 이상, 즉 통증이 로브스터가 전기충격을 피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해양 생물학자인 제프 쉴즈 교수는 이를 통증반응으로 봐야 할지, 단순 회피반응으로 봐야할지 확정적인 답변을 내리기 어렵다고 보았다. 미국 메인대학교 바닷가재연구소 밥 바이엘 박사도 미국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을 통해 “바닷가재는 주변 환경을 감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통증을 처리하는 능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브스터는 포유류의 통증반응에 관여하는 신경연결통로가 없다. 그보다는 곤충과 유사한 원시 신경체계를 갖고 있다. 통증을 느끼려면 이보다 복잡한 신경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란 주장이다.

일부 학자들은 오히려 요리사의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살아있는 생물을 죽이는 과정에서 요리사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단 것이다. 가재요리를 할 땐 냉동을 하거나 수돗물에 담구는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다음 조리하는 방식을 추천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스위스 법은 얼음이나 얼음물에 담아 갑각류를 운송하는 것 역시 금지했다. 로브스터나 게의 서식지와 유사한 소금물 환경을 만들어 운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살아있는 갑각류를 끓이지 못하도록 법적인 제재를 가한 나라들이 있다. 뉴질랜드와 이탈리아 북부도시인 레지오 에밀리아 등이 그렇다.

이런 지역들은 갑각류의 통증을 주장한다. 동물 통증에 대한 과소평가도 문제 삼는다. 로브스터가 통증을 느낄 수 있는가의 여부가 불분명하다해도 괴롭힘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브스터는 가장 인기 있는 갑각류 식재료의 하나이지만, 동시에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가진 존재인 만큼 좀 더 동물 친화적인 방식으로 조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로브스터 소비량이 아주 많은 나라는 아니다. 육지로 둘러싸인 지리학적인 특성상 로브스터는 이국적인 식재료로, 일부 레스토랑에서만 취급한다. 이로 인해 일부 동물애호가들은 스위스보다는 바닷가재 소비량이 많은 국가들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사진=WoodysPhotos/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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