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호르몬, 부족해도 과잉돼도 ‘피곤’

잘 먹고 잘 자도 피곤한 이유는 뭘까. 피로의 주된 원인은 수면부족,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이지만 질병으론 갑상선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보일러와 같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체온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과잉 소모하거나(갑상선기능항진증)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갑상선기능저하증) 상황에 처한다. 이런 질환들은 증상이 애매하고 뚜렷하게 아픈 부위가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쉽다.

우선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지는 질환이다.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 에너지 소모가 커지고 쉽게 지치며 체중은 줄어든다. 더위를 참기 어렵고 땀이 많이 나며 가슴 두근거림, 손발 떨림, 다리 풀림, 극심한 피로, 화를 못 참는 현상 등이 발생한다.

이 질환의 주요 원인은 그레이브스병이다. 그레이브스병은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갑상선이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도록 만드는 병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진단되면 우선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항갑상선제를 매일 1~2개월간 복용하면 운동능력과 체중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단 약제의 치료 효과 부족으로 2년 이상 장기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약제의 효능이 떨어졌거나 부작용이 발생해 약제를 사용하지 못할 때는 수술적 치료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한다. 이는 완치가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평생 갑상선 호르몬 보충요법을 해야 하므로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갑상선질환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매우 흔한 질환이다. 갑상선 호르몬 부족으로 에너지와 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병으로,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나면 집안에 온기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하듯 항상 추위를 느끼고 피곤하며 매사 의욕이 떨어진다. 식욕도 없는데 이상하게 살이 찌고 붓는다. 음식을 먹을 땐 소화가 잘 안 되고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고 불규칙한 월경, 성욕 감소, 불임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린이에게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지능발달에 문제가 생긴다. 태아도 마찬가지이므로 임산부는 반드시 산전검사로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유 없이 만성 피로를 느끼는 사람도 검사가 필요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주요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만성적인 갑상선의 염증으로 갑상선 호르몬 생산기능을 잃어가는 질환이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으나, 하루 1회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특별한 부작용 및 합병증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하면 보통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지만, 일시적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약제를 중단할 수도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의해 약제 복용 여부를 결정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음식의 대부분에 천일염을 사용하고, 해조류와 해산물을 통해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에 따르면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요오드를 추가로 섭취했을 때 오히려 요오드 과잉에 의한 갑상선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추가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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