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자제력에 대한 생각 상반된다

자제력을 유지하는 일은 동서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 효과에 대한 생각은 동서양 사이에 차이가 있다.

서구권에서는 자제력을 요하는 일을 경험하고 나면 이후 정신력이 더욱 약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가령 이른 아침부터 까다로운 손님을 상대해야 했던 점주는 이후 쉽게 자제력을 잃게 된다고 보는 방식이다. 

반면 동양 문화권인 인도는 정신적인 노력이 활력을 북돋아준다는 보편적인 믿음이 있다. 집중력과 자제력을 요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나면 이후 동일한 상황에서 좀 더 활기를 띤 대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생각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서구권의 사고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들을 내놓았다.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큰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자 이후 집중력이 떨어지고 유혹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최근 ‘개인과 사회 심리학저널’에 실린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과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공동 연구팀의 논문(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Jun 05, 2017)은 자아 고갈 이론에 반론을 제기한다.

자제력을 요하는 작업을 한 실험참가자들이 이후 작업에서 보다 나은 수행능력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도와 스위스, 미국에 거주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미로 퍼즐, 단어 검색, 스트룹(Stroop) 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어려운 과제를 완수한 인도 실험참가자들은 쉬운 과제를 한 참가자들보다 두 번째 과제에서 보다 좋은 수행능력을 보였다. 반면 서구권 실험참가자들은 반대 패턴을 보였다.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 이후 주어진 또 다른 과제에서 수행능력이 떨어졌다. 

인도 문화에서 자제력 훈련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어린 아이들조차 어두운 방에 들어가 촛불에 집중하는 식의 훈련을 받는다. 정기적으로 기도문을 외우고 명상을 하는 것도 일반적인 권장 사항들이다.

인도뿐 아니다. 상당수 동양권의 학교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장시간 수업을 듣도록 하고 수많은 과제를 제시해 참고 견디는 일의 가치를 강조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볼 때 자제력이 연료처럼 소모되는 성질만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고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자제력의 효과는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출처=Chubykin Arkady/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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